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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맞춤 답안 만들었는데... "폐지안이나 마련해라" 역풍 맞은 여가부

입력
2022.07.25 19:10
수정
2022.07.25 19: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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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여성가족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여성가족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성가족부가 국정과제 맞춤형 업무계획을 보고한 25일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빨리 만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예상 밖 주문에 직원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끊임없이 존폐가 거론되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우선 하던 일이라도 열심히 하자"며 요약본만 10여 페이지가 넘는 업무보고안을 마련했던 여가부는 '패닉 상태'다.

당초 여가부는 이날 업무보고에 부처 폐지 또는 개편 관련 업무 분장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대선 공약으로 부처 폐지가 거론되긴 했지만, 그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윤 대통령이 부처 폐지 방향성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어 이렇다 할 계획을 섣불리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이날 업무보고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여가부 직원들은 부처 폐지가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오전까지 김현숙 장관의 판단도 비슷했다. 김 장관은 사전브리핑에서 "업무보고는 국정과제 중심으로 마련된 것이고, 인수위에서 부처 개편 방향이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지안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윤 대통령을 독대한 김 장관은 110대 국정과제 속 여가부의 주관 과제인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체계 구축 △한부모·청소년부모·다문화 가족 지원 강화 △권력형성범죄·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범죄 등 5대 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 등의 정책을 보고했다. 그동안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여겨졌던 권력형성범죄, 디지털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의 남성 피해자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내놓은 '남성 피해자 보호시설 설치' 계획은 주목을 끌 만한 정책이었다. 그 외 맞벌이 가구의 양육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재 2만6,000여 명인 아이돌보미를 17만 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 등은 윤 대통령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을 맞춤형 업무보고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빠진 여가부 폐지안을 콕 집어 신속한 마련을 주문하자 여가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부처 폐지 방안에만 관심이 쏠릴 경우 여가부가 가족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만든 업무계획에 힘이 빠질 우려가 있어서다. 한 여가부 직원은 "충격이 크지만 애써 담담함을 유지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날 보고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부분이 있는 만큼, 정책 추진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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