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개편안 ‘부자감세’ 비판 거세
감면액만 따져 ‘부자 편’ 비난은 무리
중산층 소외·시장 역효과 등 보완 필요
올해 세제개편안은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 정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세금을 이전보다 덜 걷겠다는 게 기조다.
문재인 정부는 애써 세금을 많이 거뒀다. 총조세에 건강보험 등 준조세를 합한 국민부담률은 2015년 23.7%였던 게 지난해엔 3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되도록 세금을 많이 거둬 취약계층을 더 돕고 복지도 확대하며, 심지어 공무원 일자리라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게 정의로운 정치라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꼭 필요한 만큼 외엔, 정부가 민간의 일상과 경제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게 정의라고 여긴다. 예컨대 기업들이 돈 많이 버니까 세금 더 올리고, 그 돈으로 공무원 수 대폭 늘리는 식은 당장은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론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재정을 거덜 내기 십상이라고 본다. 그러니 세금도 덜 걷고, 정부의 간섭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세제개편안을 세목별로 보면 매우 극적인 감세 조치가 즐비하다. 문재인 정부 때 25%까지 올려놨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전 수준인 22%로 다시 낮췄다. 정부는 3%포인트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11.9%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민간고용 증가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가업상속 규제완화 및 세금감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됐다고 보면 된다.
근로소득세도 내렸다. 주로 낮은 세율(6~15%)이 적용되는 소득구간을 넓히는 방식이다. 부동산 보유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야유하듯, 그간의 증세체제를 아예 무력화시켰다. 6%까지 매겨졌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종부세율이 폐지돼 자산가액 기준 2.7%로 세율이 일괄 인하됐고, 1주택자 종부세율도 전 가격구간에 걸쳐 0.1~0.3%포인트 낮춰졌다.
세금이 줄면 납세자들은 환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이번 세제개편안에 냉담하며, 심지어 일각에선 ‘부자감세’라며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단 ‘부자감세’라는 일각의 비난은 오해 소지가 없지 않다. 2020년 기준 전체 법인세수 53조5,700억 원 중 소득 상위 1% 기업(8,380곳)이 전체 납부총액의 82.7%를 부담했다. 근로소득세 역시 상위 10%가 실제 납부총액의 대부분을 부담하며 소득분위 50% 이하에서는 근로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는다. 종부세도 실제 부담 대상자는 전체 가구의 4% 정도다. 그렇다 보니, 감세 혜택은 어쩔 수 없이 소득과 자산 상위자에게 집중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걸 부자감세라고 욕하는 건 무리다.
그럼에도 이번 세제개편에 여론이 냉담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첫째, 중산층 소외다. 중산층은 지난 정부 때 연말정산 개편 등으로 실질 증세를 당했지만 그때도 지원에선 배제됐고, 이번 감세에서도 과표 5,000만 원 초과 8,000만 원 구간이 빠지며 소외됐다. 이런 식이라면 중산층은 하향 평준화를 거쳐 점차 몰락할 수밖에 없다.
둘째, 부동산 투기를 또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세정이 부동산정책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세정을 통해 다주택 투기를 막으려던 지난 정부의 시도가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최근까지 시장에 풀린 다주택 매물들이 그걸 증명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 다주택 종부세 중과 등을 완전 폐지함으로써 다주택 투기가 허용되는 분위기로 간다면 집값의 하향 안정세는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향후 국회의 세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는 ‘중산층 소외’를 해소하고, ‘세정의 다주택 투기 억제 효과’를 어떤 식으로든 합리적 수준에서 되살리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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