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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속에도 누군가의 땀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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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한 주였다. 코로나19 확진이 되어 자가 격리를 했다. '혹시 내가 슈퍼 항체 보유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바이러스는 갑자기 찾아와서 몸 여기저기 열을 내고 통증을 남겼다. 퇴근길 버스 안 에어컨 바람에도 몸이 바스러지는 것 같더니 다음 날 새벽부터 열이 나고 땀이 뻘뻘 흘렀다. 전기장판을 켜고 앓다가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신속 항원 검사를 받았다.
작년에 한 전시장에서 사진작가 장성은의 'Rue Visconti(비스콘티 거리)'라는 작품을 봤다. 작가는 골목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사람들을 한 줄로 서게 했다. 사람들은 앞 사람의 등에 뒷 사람의 가슴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밀착했다. 거리의 너비는 19명. 미터 단위 대신 사람 수로 표현된 거리감은 우리 사회가 실존하는 몸으로 구성된 공간이란 걸 떠올리게 했다. 타인의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서는 것이 금기가 된 팬데믹 시대에 봐서 더 인상 깊게 남았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생경한데 따뜻했다.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 종종 이 사진이 떠올랐다. 혼자 사는 것처럼 보였던 내 일상이 많은 타인의 땀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걸 피부로 알았기 때문이다. 양성 판정을 받자마자 배달 어플에서 물을 사고 새벽 배송을 해주는 쇼핑몰에서 일주일 동안 먹을 식재료를 주문했다.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고 하니 아빠는 '집에서 무언가 보내 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고 엄마는 '아니다. 요즘 세상에선 가족보다 남이 낫다'며 배달 어플 상품권을 선물했는데 정말로 그랬다.
편하게 누워서 화면을 터치하면 무수한 남들이 격리된 나와 세상 사이 거리를 열심히 채웠다. 배달 라이더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차가 오를 수 없는 대문 앞까지 계단을 올랐고, 택배 기사님은 내가 산 식재료나 친구들이 보낸 선물들을 배송했다. 이 단계 전에는 동네 식당 사장님이나 아르바이트 직원이 주문한 음식을 요리하고, 물류 창고 직원이 주문서에 따라 물건을 카트에 싣고 포장하는 단계가 있었을 것이다. 필요한 물건이 떨어질 때마다 추가로 주문을 했으니 적어도 10명의 남들이 나를 먹여 살렸다.
내 일상에 없어선 안 되는 일을 하는 이들인데 처해 있는 환경은 열악하다. 물류 센터 노동자는 에어컨 없이 30도가 넘는 창고에서 수천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배달 라이더는 폭염에도 휴식을 취할 장소가 없어서 거리에서 버틴다. 택배 기사는 폭등한 기름값에 한숨 쉬면서도 배송 건수를 채우기 위해 트럭에서 밤을 샌다. 격리 기간 동안 나는 뉴스에서 보던 노동 문제가 사실 그리 멀지 않으며 내가 평소처럼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이들의 구체적 삶이라는 걸 알았다. 코로나19로 아파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크게 실종되고 있는 건 공동체 감각이다. 불평등보다 공정이 더 많은 주목을 받는 시대이니 함께 잘 살기를 고민하는 대신 나라도 잘 사는 방법을 찾는 게 개인에게는 당연한 생존 본능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외딴섬처럼 보이는 문제를 연결해 보여 주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밥도 혼자 먹고 일도 혼자 하는 시대지만 그 사이를 마지막으로 채우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살아 있는 누군가의 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꼭 필요한 노동은 점점 눈에 띄지 않고 위태로워지는데 이것을 취하는 방법만 더 간편해지고 있다. 이 간극을 넓히는 대신 사이를 체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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