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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성폭력이 젠더 폭력이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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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사건) 학생 안전의 문제지, 또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해법으로 "학교 내 폐쇄회로(CC)TV 설치와 학생 안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번 인하대 사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건이 뿌리 깊은 젠더 문제라는 인식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 내 CCTV 확대, 교내 출입 통제 등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2년 대한민국의 여가부 장관은 전문가들과 정반대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김 장관이 아주 잘 말했다"며 맞장구쳤다. 완벽한 시대 지체다. 여가부 장관과 여당 대변인이 이 정도이니, 이 정부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을 알 만하다.
인하대 사건은 같은 동아리 소속 학생이 가해자다. 평소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 사이에서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다. 인간의 근본을 떠받치는 신뢰 자산을 파괴하고, 결과적으로 한 생명을 파괴했다. 가해 남학생은 성폭행에 더해 영상 촬영까지 했다. N번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N번방은 일단락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누군가의 내면에서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려주고 있다.
사건 후 인터넷 사이트엔 "피해자가 예쁘냐"며 외모를 궁금해하고, "왜 늦은 시간에 술을 마셨느냐"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저열한 2차 가해다. 이 일련의 도착적 성문화를 보고도 이 사건이 단순 안전에 관한 문제라 생각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건 후 발표한 인하대 총학생회 명의의 입장문도 한심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애도만 있을 뿐, 학내에서 일어난 성범죄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정부나 학생들 모두 현실 인식이 심각하게 고장 나 있다.
한국의 많은 남성들은 흔히 야동이라 부르는 포르노를 통해 성을 학습하고 체화한다. 그래서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매우 비뚤어진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포르노는 남성들의 성적 쾌락을 위해 여성을 완벽하게 성적으로 대상화하기 때문이다. 그 극단의 범죄적 형태가 N번방이다. 거기서 여성의 인격은 완전히 무화된다. 초등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 젊은 세대는 그만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일찍 노출되어 성 가치관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 차별 이데올로기의 근본적 배후는 완력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유일하게 뛰어난, 우연하게 획득한 그 동물적 힘 말이다. 그 힘으로 인류는 장구한 시간 동안 차별적 이데올로기를 구축해왔다. 문화를 가장한 야만의 시간이었다. 완력 하나 빼면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진화론적으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뇌의 공감 능력은 여성이 훨씬 발달되어 있다.
성폭력은 남성들의 아주 오래된 추문이다. 완력의 차이를 가장 악랄하게 외화하는 것이다. 여성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존중한다면 결코 저지를 수 없다. 성폭력을 줄이려면 CCTV를 늘릴 게 아니라, 당연히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부터 높여야 한다. 공부하지 않고 성인지 감수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기적은 없다. 여가부 장관과 여당 정치인들부터 앞장서 학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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