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시대, 최후의 내집은 어떤 형태?

입력
2022.07.26 04:30
마지막 집에 대한 고민 없는 우리나라
노년기 10여년 유병·간병생활 불가피
‘거주+간병’ 동시해결이 새로운 트렌드
일본에선 소니·파나소닉도 뛰어들어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40>초고령화의 신트렌드 ‘생활+간병 마지막 내집마련’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왔다. 시장의 무게중심은 ‘현역수요→고령욕구’로 전환될 전망이다. 혼란과 설렘은 공존한다. 초고령화발 위기ㆍ기회의 양면지점 때문이다. 피할 수 없으면 부딪히는 수뿐이다. 휘둘리기보다 지배하도록 면밀한 인구기반 전략수립이 전제된다. 인구변화발 미래독법으로 차기 행보를 준비할 때다. 시장환경은 급변할 터다. 자연감소ㆍ총인구감소 등 당초예측을 각각 10년ㆍ9년 앞당긴 한국 사회답게 동시다발적 제도개혁은 불가피하다. 공적연금ㆍ보험 등 고성장기에 설계한 세대부조형 제도질서는 개혁도마에 올랐다. 아쉽게도 초고령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다. 부담증가ㆍ수혜축소가 예상된다. 급속히 늙어가니 더는 챙겨줄 수 없다. 뒤집으면 시장ㆍ기업으로선 기회다. 공공대응은 줄고 민간수요가 늘면 시장여력은 커지는 게 자연스럽다. 고령욕구의 정밀한 분석과 신속한 대응은 초고령화의 신질서를 움켜쥐려는 쪽에선 이미 시작됐다.

초고령화의 대형욕구 ‘내집마련 맞춤전략’

사용가치보다 소유욕구가 먼저인 사회답게 내집마련은 중대한 생애과제다. 단 마지막 집을 둘러싼 고민은 생각보다 적다. 늘 젊고 건강한 현역기반 거주공간만 떠올리며 입지와 환경에 따라 조정하고 선택한다. 더는 곤란하다. 신체건강ㆍ자립생활의 인생마감은 의외로 적다. 유병연령(±75세)과 평균수명(±84세)을 보면 10여 년의 간병발생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내집거주와 간병해결의 공존불능에서 비롯된다. 즉 질환이 심할수록 절대다수는 요양원ㆍ요양병원에 의탁한다. 돌봐줄 가족지원도 녹록잖아 선택여지는 거의 없다. 전 국토의 요양시설화가 확산된 이유다. 대안도 마뜩잖다. 상황발생 후 수소문하니 본인의지는커녕 등 떠밀려 타협공간에 입소하는 게 보통이다. 품질은 별로인데 가격은 부담되고 대안카드조차 없으니 간병만족도는 낮아진다. 마지막까지 살려던 내집도 유휴화된 후 승계작업에 들어간다. 지금도 단기ㆍ급속의 초고령화로 최후공간의 수요ㆍ공급 미스매칭이 큰데, 현실화될 거대집단 베이비부머의 유병화는 관련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를 지켜본 후배세대는 다른 길을 모색한다. 불행ㆍ비운의 노후경로에 맞서 내집마련의 맞춤전략을 설계한다. ‘거주+간병’의 동시해결이 가능한 고가시설은 아닐지언정 저마다의 능력ㆍ선호를 반영해 일찌감치 적당한 최후공간을 점찍는다.

사업기회로서 최후공간은 달라진 가치관ㆍ경제력을 지닌 새로운 선도집단이 주도해 트렌드화한다. 색다른 인생후반을 펼치려는 신(新)노년 모델은 베이비부머와 만나 본격화된다. 노후주거의 패러다임도 변한다. 중요해진 건 자기결정권이다. 자녀와의 교류ㆍ조언은 환영해도 생활결정은 본인 휘하에 두려 열심이다. 기세ㆍ비중을 보건대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품은 선택메뉴는 다양화된다. 강력한 규제로 실버주택ㆍ요양원ㆍ요양병원 등 제한된 라인업이나, 수요폭증ㆍ민간참여가 확인되면 시장조성은 시간문제다. 경제력별 가격차가 크고 아프면 거부되며 숫자조차 적은 실버주택ㆍ타운, 독립생활이 힘들고 등급을 받아야 들어가는 요양원, 상주의료진의 중증치료가 전제된 요양병원 등으로는 세분화된 맞춤욕구를 풀어내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스스로 짓고 살겠다는 수요도 있다. 사회주택처럼 취지ㆍ성향ㆍ조건에 맞춘 이들이 제 손으로 설립ㆍ운영하는 식이다. 협동조합처럼 갹출(출자금)해 지은 후 공동경영ㆍ독립생활을 보장하는 형태다. 선진국에서 유행한 커뮤니티케어로 ‘독립공간+생활지원’의 양수겸장을 지향한다. 입주민끼리 가족기능을 보완한 ‘한 지붕 여러 노년’의 집합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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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내집마련의 일본적 선행경험과 기회

일본은 최후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유휴화된 학교ㆍ기숙사ㆍ호텔이 요양원으로 바뀌고, 건강상황ㆍ지급능력ㆍ선호지역별 최후공간을 매칭하는 중개사업도 활황이다. 간병테마로 엮이는 관련시장은 급성장세다. 시장화는 정책변화가 한몫했다. 재정악화로 ‘시설→재가’로 간병정책을 전환해 자기책임화를 강화한 게 원류다. 정부 부담이 높은 시설간병에서 개인부담을 늘린 재택간병으로 바뀌자 ‘공공틈새→개별필요→민간공급→시장성장’이 이뤄졌다. 재택간병은 꽤 힘들어 상당한 수요가 시장에서 채워진다. 가족간병을 위한 퇴직자만 연 10만 명에 달하는 부작용도 컸다. 그럼에도 미스매칭은 상당하다. 간병환자는 많은데 시설ㆍ직원공급은 역부족이다. 2025년 38만여 명이 모자랄 걸로 추정된다. 저임금ㆍ고강도 업무라 코로나19 때도 해외간병인의 입국문호는 열어줬다. 쌀수록 품질은 나쁘다. 간병보다 통제가 먼저인 불량시설의 사건사고는 반복된다. 물론 건강할 때 최후공간을 찾자는 잠재수요까지 몰리자 신규시설은 늘었다. 기존의 특별요양노인홈(특양)ㆍ유료노인홈ㆍ간병노인보건시설에 더해 서비스부가고령자주택ㆍ전용임대주택까지 가세했다. 후자일수록 건강ㆍ자립형의 내집마련과 직결된다. 언제 닥칠지 모를 간병수요도 커버한다. 다만 엇박자는 여전하다. 원하는 공공시설(특양)은 대기수요가 적잖고, 민간시설은 저품질ㆍ저가격이 많아서다. 특양 대기만 30만~40만명에 달한다.

민간시설은 시장논리를 따른다. 크게 유료노인홈(간병부가형ㆍ주택형), 서비스부가고령자전용주택으로 나뉜다. 유료노인홈은 임대주택ㆍ아파트 형태로 비용ㆍ입소기준 등은 제각각이다. 대부분 간병서비스가 붙지만, 특양과 달리 임대계약형이다. 유료노인홈은 이용권 구입계약이라 일시금이 붙고, 퇴거 때 상환갈등도 있다. 서비스부가고령자전용주택은 자립 혹은 경증간병이 주요대상이다. 높은 시장성에 수많은 기업이 진입한 업태다. 영리조직을 넘어 지자체ㆍNPO(민간 비영리 단체)법인까지 가세한다. 이종업체 간 합종연횡도 잦다. 가령 건설사가 간병회사와 제휴해 시너지를 쫓는다. 시장은 서비스부가고령자전용주택으로 재편된다. 최소서비스는 안부확인ㆍ생활상담으로 사실상 필수다. 간병인력의 주간상주도 의무화다. 임대주택답게 서비스의 자유도가 높고 종류도 많다. 고객눈높이의 메뉴선택이 확대된 것이다. 공공보다 비싸나 ‘간병해소+양질서비스+프라이버시’로 인기다. 즉 건강한 일상생활이 전제된 자택감각에 가깝다. 월 15만~25만 엔대로 서비스선택별 추가비용이 붙는다. 입주는 단신노인ㆍ고령부부에 한정되며 입주ㆍ퇴거도 자유롭다. 대개 전용공간(방)과 공동공간(부엌·욕실)으로 나뉜다.


고령자복지주택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뜨거워질 신노년발 최후의 내집마련 시장개막

초고령화ㆍ유병노후가 맞물린 마지막 내집마련 필요는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시대ㆍ욕구변화를 볼 때 유력한 성장산업으로 제격이다. ‘복지개념→경제논리’로 넘어오면 시장조성ㆍ업계재편은 본격화된다. 신규모델 발굴차원에서 본업과 상승효과를 누리려는 무한경쟁도 예상된다. 기존업체는 전문성과 노하우로 덩치확대를 모색하고, 신규진입은 자본력과 시너지의 효과창출을 기대한다. 일본은 이미 활발한 시장확대가 확인된다. 전혀 무관한 듯한 소니나 파나소닉마저 시니어고객의 최후공간을 사업모델로 편입했을 정도다. 자회사를 두거나 인수ㆍ합병(M&A)으로 진입효과를 높이는 전략이 채택된다. 수익예측이 쉽고 정부지원도 많아 실패확률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일각에선 국가지원형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란 평가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본업과 연계해 사업과 고객을 늘릴 뿐 아니라 ESG처럼 사회문제 해결기업이란 평판까지 얻는다. 그만큼 최후의 내집공급에 뛰어든 이 업종의 실험도전도 활발하다. 경비업체(ALSOK)나 외식체인(젠쇼ㆍ와타미) 등이 그렇다. 자체사업과 간병틈새를 연결하는 복합ㆍ통합적 차별전략을 내세운다. 치열한 경쟁은 자연스레 고객만족을 낳는다. 편리성ㆍ안정감ㆍ신뢰성 등이 강화되며 복지영역의 한계였던 품질제고의 유인체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델도 늘어난다. 다양해진 신노년의 미세욕구를 풀어줄 새로운 최후공간의 제안실험은 증가세다. ‘간병+생활’과 관련된 필요시설과 서비스를 집중시킨 서구형 은퇴공동체로 유명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나 전용ㆍ공용공간을 나눈 협동주거형 자치모델인 코하우징(Cohousing), 다세대교류형 지역ㆍ주택기반 커뮤니티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같이 사회ㆍ경제가치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마지막 집을 제안한 혁신실험이다. 한국상황은 더 고무적이다. 초기시장인 데다 잠재수요ㆍ구매능력ㆍ다양욕구 등이 노년인구의 내집마련에 직결되는 까닭이다. 아직은 부유한 액티브시니어(활동적 장년)의 제한시장이나 갈수록 세분ㆍ고도화는 대세다. 2010년 44조 원에서 2020년 150조 원으로 급성장한 시니어마켓만 봐도 잠재기회는 충분하다. 내집에서 이뤄지는 ‘생활+간병’의 동시해결은 초고령사회의 신트렌드일 수밖에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구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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