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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5배 늘어난 원숭이 두창 감염자…WHO "쉬쉬해서 더 위험"

입력
2022.07.24 19:20
수정
2022.07.24 20:4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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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언
확진자의 74% 유럽 위험도 '높음' 수준
WHO "낙인·차별, 바이러스만큼 위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20일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연말 모임·행사 취소를 권고하고 있다. 제네바=AFP·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20일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연말 모임·행사 취소를 권고하고 있다. 제네바=AF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 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이하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경계령이다. 원숭이 두창 전파 속도가 심상치 않고, 확산 경로 파악이 어려운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지난달 3,000여명→1만6,000여명으로 5배↑… 74%가 유럽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원숭이 두창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언한다"고 23일(현지시각) 밝혔다. 비상사태는 △질병의 영향이 초국가적이고 △즉각적 조치가 필요하며 △질병의 확산 정도와 위험이 심각할 때 선포된다. WHO의 비상사태 선언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WHO는 원숭이 두창 전파 범위가 넓고, 속도도 빠른 점에 주목했다.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던 풍토병인 원숭이 두창은 올해 5월부터 서유럽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번졌다. WHO에 따르면, 23일 기준 75개국에서 1만6,016명이 감염됐다. 지난달 23일 47개국 3,040명으로 집계됐으나, 한 달 만에 5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지난 일주일간 확진자만 4,132명이었다.

특히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전체 확진자의 74%에 해당하는 1만1,865명이 유럽에서 나왔다. WHO는 보고서에서 "다른 지역의 위험도는 '보통'이지만, 유럽은 '높음'"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독일 등 확진자가 많은 국가들은 백신을 구하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WHO는 비상사태 선언을 계기로 원숭이 두창 백신의 공평한 배분에도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의 원숭이 두창 백신 접종소에서 14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신화·뉴시스

미국 뉴욕의 원숭이 두창 백신 접종소에서 14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신화·뉴시스


위원회 이견에도 선언… '동성애 낙인 찍힐라' 우려 반영

이번 비상사태 선언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21일 국제보건긴급위원회에서 의견이 모이지 않았지만,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전권으로 '결단'했다는 점에서다. 위원회 15명 중 9명이 비상사태 선언에 부정적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WHO 보고서에도 팽팽한 의견 대립이 담겨 있다. 비상사태 선언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중증도가 낮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질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조치가 낫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도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문구가 실렸다.

이는 원숭이 두창이 동성과 성접촉을 하는 남성을 중심으로 발병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성적 지향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발병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를 수 있다고 WHO가 본 것이다. 원숭이 두창 대응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WHO는 우려했다. 부정적 낙인은 질병 확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확진 가능성이 큰 그룹과) 긴밀히 대화하고 그들의 인권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낙인과 차별은 바이러스만큼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영국∙스페인∙미국∙캐나다에서 '확진자의 99%가 동성과 성접촉을 하는 남성'이라고 보고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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