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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 미군 핵무기 통신 교란"... 화웨이 축출 이유?

입력
2022.07.24 19:4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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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서부 핵기지 인근 화웨이 장비 설치
“날씨ㆍ교통 카메라, 미군 정보 감시 가능”
2019년 이후 배제 시도…실제 철거는 더뎌

미국 성조기 앞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성조기 앞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2019년 이후 축출했던 배경이 자세히 드러나고 있다. 화웨이가 그동안 미국에 설치했던 통신장비가 미군 전략사령부의 핵무기 관련 통신을 포착하고 교란할 수 있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화웨이 장비 제거는 더디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중국의 스파이 활동 증거를 찾겠다면서 지나치게 넓은 그물망을 펼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 '국가안보' 우려에 중 화웨이 퇴출 시도

미 CNN은 23일(현지시간) 12명 이상의 미국 전ㆍ현직 관리를 인용, 미 연방 당국이 2017년 이후 주요 사회기반시설 인근 중국의 토지 매입을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핵미사일 기지 등 미국의 가장 비밀스러운 군사시설을 연결하는 콜로라도와 몬태나주(州) I25 고속도로를 따라 설치된 화웨이 통신장비가 주목을 받았다. CNN은 “FBI 수사관들은 화웨이 장비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받았지만 국방 관련 통신을 인식하고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화웨이가 2011년부터 지역통신사 비애로와 계약을 맺고 10년간 5개 주에 장비를 설치했는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가격에 장비를 싸게 판매한 점도 수상한 대목이었다.

또 비애로가 2014년부터 I25에 설치한 수십 대의 날씨ㆍ교통 감지 카메라도 미군 장비와 인력 이동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타주 극초음속 무기 시험장 근처 중국 기업 사업계획 취소 △2020년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 △2017년 수도 워싱턴 고지대 국립수목원에 조성하려는 중국 정원 내 탑 건설 프로젝트 중단도 안보 우려 때문에 나온 조치라고 CNN은 설명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주 딸이자 부회장 멍완저우(가운데)가 2021년 9월 24일 캐나다 밴쿠버 자택에서 법정 출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밴쿠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주 딸이자 부회장 멍완저우(가운데)가 2021년 9월 24일 캐나다 밴쿠버 자택에서 법정 출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밴쿠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ㆍ바이든, 중국 기술 배제 '한뜻'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는 화웨이 창업주 딸이자 부회장 멍완저우가 2018년 캐나다에서 미국 무역제재 위반 혐의로 구속된 데서 시작됐다. 2019년에는 화웨이 통신장비 축출에 나섰다.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고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때마다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한국 등 동맹국에도 화웨이 장비 사용 중단을 촉구해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탈(脫)중국화 노선을 추진해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 상무부는 화웨이 조사를 이어가며 미국 통신망 내 중국 기술 배제를 추진하고 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CNN에 “악의적인 정보 수집으로부터 미국인의 안전과 보안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경제와 국가안보 보호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미국 방첩당국도 중국 위협 공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CNN은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퇴출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미 의회는 2020년 화웨이 장비 철거에 19억 달러(약 2,500억 원)의 보상 예산을 책정했고 FCC는 2만4,000개의 중국산 장비 철거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런데 보상금 지원 지연으로 실제 철거가 이뤄진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화웨이는 CNN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 장비는 미 국방부에 할당된 주파수에 접근할 수 없다”며 “우리는 30년 이상 어떠한 악의적인 사이버 보안 사건에도 관여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연계됐다며 기소됐던 테네시공대 교수가 무죄를 선고받고, 중국과의 관계를 숨긴 혐의로 기소됐던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법무부 소송이 취하되는 등 미국 방첩기관의 ‘중국 때리기’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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