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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최근 2년간 53% 증가…“특정 음식이 유발하지 않아”

입력
2022.07.25 18:30
수정
2022.07.25 20:5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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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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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또래 아이들과 있을 때 유독 작아 보이거나 성장이 너무 빨라 걱정인 부모라면 여름방학은 자녀의 성장 속도를 점검할 좋은 기회다.

2차 성징이 빠른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어린이는 2019년 10만8,000여 명에서 2021년 16만6,000여 명으로 최근 2년간 53%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성조숙증은 여아에게서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거나, 남아에게서 9세 이전에 고환이 4mL 상으로 커질 때 의심할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므로 성조숙증이 있으면 원인을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르게 2차 성징이 나타난 어린이는 정상 어린이보다 키가 빨리 자란다(연간 7~8㎝ 이상). 사춘기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잘 자라지만 조기에 성장판 닫혀 성장이 멈추므로 결국 최종 어른 키는 작아진다.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성조숙증이 아닌데도 2차 성징을 늦추는 무분별한 치료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 경우 최종 키 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진단이 확실할 때에만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성조숙증은 진성 성조숙증과 가성 성조숙증으로 구별된다. 진성 성조숙증은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호르몬 분비가 늘어 조기 활성화돼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성선자극호르몬 농도가 높아 에스트로겐ㆍ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자극해 사춘기 발달이 진행되며 키가 급성장하여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아진다.

특히 여아에게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때가 많다. 발생 원인으로는 뇌종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어린 나이에 발병하면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하다. 뇌종양 대부분은 ‘과오종’이라고 하며 갑자기 웃는 양상의 경련이 동반될 수 있다. 이 밖에 뇌염ㆍ뇌수막염ㆍ수두증ㆍ머리 외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성 성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하지 않고 난소나 다른 장기에서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될 때를 말한다. 난소 내 낭종이나 종양이 생겨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하거나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이라는 병이 있어도 빨리 자랄 수 있다.

특정 음식이 성조숙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다만 자녀가 비만이라면 사춘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르몬이 늘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 튀김류 등 영양가는 적으면서 칼로리가 높고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은 체지방을 높이기 쉽기에 삼가고, 영양소를 골고루 챙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성조숙증은 출생 체중과 키, 부모의 키, 사춘기 발현 시기 등을 파악해 진단한다. 최근에 성장이 갑자기 빨라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과거 성장 기록이 유용하다.

치료는 사춘기 진행 억제 약제를 피하 또는 근육 주사로 진행한다. 여아는 9세 이전, 남아는 10세 이전에 시작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정상적인 사춘기의 시작 연령까지 지속하며 보통 2~4년 정도 시행한다.

이영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조숙증 치료를 받으면 자녀의 키가 더 자라지 않거나 딸이면 불임될까 걱정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며 “사춘기 지연 주사는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을 막아 키가 꾸준히 오래 크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100명 중 3번째 미만으로 작거나 또래보다 10㎝ 작으면 ‘저신장증’

반면, 같은 또래 어린이 중에서 키가 100명 중 뒤에서 3번째 미만이거나, 또래 어린이 평균 키보다 10㎝ 넘게 작으면 저신장증이다.

저신장은 성장호르몬 결핍 같은 질병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질병 없이 부모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이나 체질적으로 늦게 성장하는 체질성 성장 지연이 가장 흔하다. 저신장증이라면 성장호르몬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결핍증이라면 2세 이후부터 치료할 수 있고 자궁 내 성장 지연이라면 4세 이후 치료가 가능하다. 두 가지 모두 건강보험 혜택이 가능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키가 작은 경우(특발성 저신장) 어린 나이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며 키가 정상 범위인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

최진호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고, 투여 시작 나이나 기간에 따라서도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용량과 방법으로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사 부작용으로는 척추측만증, 엉덩이관절 탈구, 일시적인 고혈당, 두통, 부종, 구토 등이 생길 수 있기에 부작용 검사를 병행하면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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