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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사 비결, 신맛·감칠맛 찾기

입력
2022.07.24 18: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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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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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여성이 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았다. 환자 식습관을 문진한 후 짜고 기름진 감자칩, 단 음료수, 각종 찌개와 탕류를 즐겨 먹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판단해 이런 음식을 많이 먹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해 환자는 그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지 않느냐며 하소연을 했다.

인간이 음식을 섭취할 때 느낄 수 있는 맛으로는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의 4가지를 흔히 꼽는다. 진화학적으로 미각은 음식이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독이 들어 있거나 상했는지를 판단하는 생존의 도구였다. 쓰거나 신맛은 먹을 수 없는 독초나 상한 음식을 구분하는 역할을 했고, 달거나 짠 음식은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미각은 식욕을 돋우고 즐거움이나 쾌감을 가져오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특히 단맛과 짠맛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음식을 맛있게 해주기에 현대인은 점점 더 달게 그리고 짜게 먹게 된다.

설탕 3㎏을 5,000원이면 살 수 있고, 맛소금 1㎏을 3,000원 정도면 살 수 있으니 다른 식재료 가격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더욱이 즉석식, 외식, 가공식품 산업이 확대되면서 이를 통한 설탕과 소금 섭취가 급증 추세다.

하지만 단맛과 짠맛에 길들다 보면 건강에 위협되는 것이 문제다. 당 과다 섭취는 혈압 상승, 전신 염증, 비만, 당뇨병, 지방간을 유발함으로써 심근경색ㆍ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이며, 짜게 먹는 식습관은 고혈압ㆍ뇌졸중ㆍ만성콩팥병ㆍ위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식사는 단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따라서 무조건 달고 짠 음식을 먹지 않고 참기보다 매력적인 맛을 내는 음식으로 대체해 먹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그 첫 번째 대안이 신맛이다. 신 음식에 들어 있는 유기산은 미각을 강렬하게 자극해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든다. 신맛을 내는 식초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또한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식초는 식후 포만감을 높이고 오래 가도록 만들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고,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음식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또 하나의 대안은 감칠맛이다. 감칠맛은 다시마 국물이나 된장찌개 등을 먹을 때 느끼는 특유의 맛이다. 1908년 일본 학자가 이 감칠맛이 글루탐산이라는 물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밝혔고, 2000년 미국 연구진이 사람 혀에서 글루탐산 수용체를 찾아내면서 감칠맛은 4가지 기본 맛에 더해 제5의 맛이 됐다.

감칠맛은 국물을 우려낼 때 흔히 사용하는 천연 식품에 풍부하다. 다시마ㆍ멸치ㆍ새우ㆍ조개ㆍ표고버섯ㆍ양파ㆍ토마토 등이다. 다시마의 글루탐산, 멸치의 이노신산, 조개류의 고학산, 표고버섯 같은 버섯류의 구아닐산이 감칠맛을 내는 것이다. 이 밖에 간장ㆍ된장 등 발효식품도 감칠맛을 높여준다. 이들 식재료를 사용해 각종 음식을 조리하면 설탕이나 소금을 넣지 않더라도 건강한 감칠맛으로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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