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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출신 사회학자 “산업은행 모호한 경영 방향성이 파업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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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이 시작 51일 만인 22일 종료됐다. 누적된 불황으로 줄어든 임금 30%를 다시 올려달라는 요구에서 시작된 파업은 4.5%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지만, 점거 파업 기간 발생한 회사 손해에 대한 배상 소송 여부는 미결로 남아 사실상 하청 노조의 완패로 돌아갔다. 점거 파업 기간 발생한 수천억 원의 손실 등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년째 이어진 임금 감소, 하청과 원청의 처우 격차, 그로 인한 인력난이 계속되는 한, 다시 부는 조선업계 훈풍에도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 출신인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파업의 배경으로 "산업은행의 모호한 경영 방향성"을 꼽는다. 회사 핵심 경쟁력을 파악해 선별관리하기보다 매각을 위해 회사 규모를 무조건 축소하며 저임금 구조를 부추겼는데, 결과적으로 매각까지 실패하며 회사를 더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양 교수 식으로 표현하면 "낙후되어 보이니 낙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낙후되게 푸는 것이 상황을 더욱 낙후시키는 것"이다.
그는 22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 대통령의 발언, 노조 간부 5명으로는 손해배상 대상이 적다는 노동부 장관의 발언(노조 주장), 특히 청산 가능성을 시사하는 산업은행의 입장이 즉흥적인 건지, 방향성이 있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 청산으로 "받을 수 있는 수주 물량을 굳이 축소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며 "고용 파급력을 생각했다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꼬집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대우조선 인사‧기획팀에 재직했던 양 교수는 거제 조선업 흥망과 근로자 생활상을 분석한 책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2019)로 한국일보 출판문화상도 수상했다. 현재도 거제 조선업 연구를 지속하며 파업 50일째인 지난 21일에도 대우조선 파업 현장에 갔다.
-대우조선에서 맡았던 첫 임무가 노사관리였다고 들었다. 파업이 시작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약한 고리가 터진 거다. 두 가지 의미인데, 첫째 대우조선은 지금까지 하청으로 비용을 전가해왔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하청 쓰는 이유는 편의상만이 아니고 비용절감을 위해서도 쓰는데, 그 문제가 드러나겠구나 했다. 둘째 대우조선은 어렵고 위험하고 중요한 직무를 대부분 하청이 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돈 되는 차종은 정규직이 만들고 돈이 안 되는 차종을 하청이나 사외공장, 사내하청이 만들어 하청이 조업을 중지했을 때 타격이 크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대우조선은 특히 정규직이 생산 업무를 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 장인 수준의 베테랑 정규직 생산직이 보조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청 근로자가 파업을 일으키면 조선소 어려움이 클 거란 생각을 예전부터 했는데, (하청 노조는) 조직화가 안 됐었다. 이번에는 조직화가 됐으니 불꽃이 타오른 거다."
-현재 대우조선 정규직‧비정규직 비율은 얼마나 되나. 2016년 기준 조선소 원청과 하청 근로자 임금 격차가 100대 60~70 수준(한국노동연구원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대책')이었는데, 하청은 5년 전에 비해 임금이 30% 삭감됐다고 주장한다. 격차가 더 벌어진 건가.
"현재 직원 2만5,000명 중 8,000명이 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1만5,000~1만7,000명 정도 된다. 조선소 생산직 임금 구조는 기본급, 짝수 달마다 나오는 정기상여금으로 이뤄진다. 임금단체협상이 타결되면 여름 보너스도 나온다. 여름 보너스를 임금으로 치면 (호황기 대비) 30% 빠진 건 맞다. 한데 정규직도 그 정도 깎였다. 정기상여금은 남았지만 기본급 10%를 깎았고 성과가 없으니 여름 보너스도 안 나왔다. 원청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 투표는 이런 배경에서다. 사측이 반대 집회, 탈퇴 투표를 주도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어쨌든 참여가 많은 건 본인들도 임금 깎인 데에 불만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원‧하청 처우 차이가 꾸준했는데, 하청노조 조직화가 하필 지금 된 이유는 뭔가?
"작년부터 하청노조도 (임단협) 교섭 시작했으니까 그때부터 조직력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노조가 조직되려면 장기근속자가 많아야 하는데, 그전까지는 하청에 속칭 '뜨내기'가 많았다. 요즘 조선소에 늘고 있는 물량은 선박이라 (작업 기간이 길어) 하청도 사람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 하는데, 일정 채용 규모가 되면서 (조직화가) 가능해진 거다."
-조선업은 활황인데, 저임금 때문에 사람이 없다는 말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왔다. 이번 파업에 하청들도 하나 같이 임금 더 줄 여유는 없다고 하더라. 이유가 뭔가.
"매출액 기준으로 활황이 '시작됐다'는 건데, 현재 만드는 물량은 시장이 얼어붙었던 2018~20년 때 수주한 거다. 해달라는 대로 덤핑해줘야 했던 시절이라 물량은 많은데 돈은 안 된다. 대개 하청들이 확정도급(생산 비용, 이윤을 한꺼번에 계산)을 맺었는데, 원자잿값이 폭등했다. 애초 맺은 계약대로 일해서 물량을 맞추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면 '특별시수'를 주기도 하는데 현재는 여력이 없다."
-대우조선이 이번 파업에 내놓은 입장을 정리하면 두 가지다. 첫째 하청 노무는 본인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 둘째 원자잿값 폭등으로 하청에 돈 더 줄 여력이 없다는 것. 일리가 있나.
"(형식상) 맞는 말이긴 하다. 도급이니 노무관리하면 안 되는 게 맞는데 하청업체 사장‧소장 중 대우조선 전직자가 많아 실제 간접적 영향은 받는다고 봐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 있는 방식으로는 절대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실제 적자다. 다만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 7,000억 원 설은 (사실이) 아닌 거 같다. 그 계산은 8조 원으로 예상되는 대우조선 올해 매출을 영업일 기준으로 나눈 다음 파업 일수에 곱한 것으로 보인다. 한데 실제 공정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산술 가능한 최대 금액으로 봐야 한다."
-조선업 저임금이 '구조적 문제'라면 다른 조선회사에서 이런 파업이 또 나올 가능성 있나?
"(대우조선에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2015년부터 인건비가 다른 조선회사보다 싸졌다. 산업은행 기조가 그렇다. 산업은행에 조선업 경영관리단이 있어도 세부사항은 잘 모르지 않겠나. 그러니 원청이 더 굽히는 거다. 공적자금 받은 회사는 인건비를 높이는데 기본적으로 부담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적했듯이, 대우조선이 유독 빅3 중 정규직이 (보조직으로 전환해) 생산 업무를 적게 한다는 점이다. 한데 정규직이 나이 많고 연공급체계로 월급을 받아 인건비는 높다. 사람을 새로 뽑아 생산해야 하는데 (공적자금 투입 이후 채용이 어려우니) 그 역할을 하청이 많이 했다. 하청이 조직화됐을 때, 대우조선은 상황을 통제할 수가 없다."
-이번 파업을 접한 대중은 혼란스럽다. 전체 하청 근로자 1만여 명 중 파업 참가자는 100여 명 안팎인데, 이들이 하청 근로자 앞길을 막는다는 반응도 있고 오죽하면 저러겠냐는 반응도 있다. 거제 시민 반응도 마찬가지다. 하청 노조 파업을 냉소적으로 보는 반응도 많더라.
"거제 시민들이 이 파업을 냉소적으로 보는 건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심정 같다. 제조업 노동시장에서 조선소는 끝이다. 다른 데서 밀려나면 조선소로 오는 건데, 거기서 (임금 때문에) 파업까지 해야 하나 싶은 거다.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요즘에는 다들 '안 됐다, 저런 파업 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이런 입장이다. 예전에는 조선소 비정규직도 임금 많이 받았다. 특근‧잔업을 많이 해서 월 수령액 기준으로는 정규직보다 많이 받은 분도 적지 않았다. 한데 요즘은 아니다."
-노노 갈등이 결국 저임금에서 나온 건가.
"우리(원청)도 많이 깎였다는 게 현장 정서다. 생산‧사무직 할 것 없이 정규직 평균임금으로 치면 한진중공업보다 대우조선이 낮다. 당장 상반기에 사무직 중 상당수가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했다. 이런저런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산업은행이 그 방향(갈등 유발)을 잡고 있는 거다'는 음모론도 떠돈다."
-3년 전 낸 책에서도 산업은행의 기업 관리 방식을 비판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관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나.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해 매각하는 기능에 최적화되어 있고, 핵심요소를 지키고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능력은 부족하다. 자구안을 받아 인력을 줄이고 자회사를 줄였지만 조선업의 성장에 대한 비전은 주기 어려웠다. 그 기조하에서 대우조선의 의사결정도 제약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매각 추진 상황에서는 더 그랬을 것이다. 조선업 인력난은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고, 그럼 임금을 올려줘야 했다. (이에 대한)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의견은 당연히 없었다. '기조는 이런 거'라는 정도로 의견을 던지면 (대우조선) 사내에서는 당연히 의사결정을 못한다. 사실 2015년까지 조선 3사가 임금은 다 비슷했다. 지금은 연봉이 2,000만원 가량 차이 난다고 현직자들은 전한다. 최근 3년간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기조 하에서 대우조선 생산직 사무직을 충분히 채용하지 못했다."
-파업이 어쨌든 일단락됐지만, 조선업 인력난은 계속될 거 같다.
"저임금이 계속되면 그렇다. 특수용접 최고 수준 자격증이 '6GR'인데 15년차 완숙자가 지금 이거 갖고 조선소에서 받는 일당이 16만~17만 원이다. 평택 (건설현장) 가면 25만 원 받는다. 조선소 있던 사람들은 그래도 계속 있을 수 있는데, 이제 조선소가 '있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봤지 않나. 다만 현대중공업 등은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파업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평화롭게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하청 노조 파업 목표를 협상결과와 비교하면, 노조가 진 거다."
-협상 막판 산업은행은 청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노동부 장관이 손배소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할 때 정책 방향성이 있는 발언인지, 즉흥적인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저도 조선업 빅3 체제가 유지되는 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보는데 그래도 3개 조선소가 수주할 수 있는 선박 물량이 있다. (이걸 대우조선 청산으로) 축소하는 건 현명하지 않아 보인다. '아직은 아니다'라는 거다. 고용(의 파급력)을 생각했으면 그런 말을 절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선업만큼 고용을 유발할 수 있는 산업이 드문데, 그렇게 쉽게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그리고 대우조선은 한진중공업이나 STX 같은 중형급 조선소가 아니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조선소다."
-앞으로 정부와 사측이 해야 할 일은.
"대우조선의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숙련 노동은 원청에 두고, 간접 생산하는 인력을 전부 자회사로 뺐다. 그래야 임금체계를 서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원청 근로자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 정부에서 근로소득세 지원 등을 해주면 좋다. (매각 결렬로) 공이 다시 넘어온 산업은행은 명확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 다시 매각에 나설지 포스코 수준으로 운영할지. 분명한 건 경쟁사만큼 임금을 못 맞춰주면 대우조선은 빅3를 유지 못할 거란 사실이다. 최고 선박 포기하고 저임금이라도 받겠다는 근로자를 채용하든지, 주 4일이나 주 20시간 근무제 같은 급진적 조치를 취하든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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