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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국민에게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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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안이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당장 다음달부터 실행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경찰 총경급 간부들이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대응 방안 논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찰 조직이 행안부의 지휘 통제를 받는 중대한 변화인데도 일선 경찰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경찰국 설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법적으로부터 문제가 있다"고 꼬집고 나선 류 서장은 "먼저 법적으로 보면 행안부 장관의 업무에 경찰 치안에 관한 사무가 없는데, 자기 일이 아닌 일을 가지고 대통령령을 만들고 부령을 만들어서 경찰을 장악하고 통제하겠다는 건 잘못된 이야기"라고 각을 세웠다.
그는 절차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류 서장은 "경찰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의결사항"이라며 "그것이 완전히 무시된 상태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라는 족보도 없는 그런 자문위를 가지고 두 달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행정절차법상 법령을 만들 때는 한 40일 정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상에 규정된 내용인데 그것을 지난 15일에 발의를 해서 휴일 포함해 5일 만에 의견수렴을 했다는 거는 의견수렴을 하려는 의사가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시기적인 문제도 짚었다. 그는 "현재 우리 경찰청에는 경찰청장이 없다. 다만 경찰청장 후보자가 있는데 그 후보자의 불안정한 지위 상태에서 경찰 내부의 의견수렴 등을 못하는 민감한 시기에 두 달 만에 (결정을) 끝내는 것은 문제"라며 "경찰국 신설은 논의가 중지돼야 하고, 좀더 숙고를 해야 된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현재 경찰청장이 공석인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21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직협은 경찰 노조격인 단체로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전국 경찰서장 회의는 직협 지휘부가 주재하지 않는 회의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류 서장은 최근 단체 대화방까지 만들어 서장들의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전국 총경은 6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류 서장은 "우리 경찰은 국민의 경찰이다. 국민에게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국 신설이 되면 인사권 지휘권이 정치권력을 가진 장관에게 집중된다"며 "그러면 경찰은 더 이상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장관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우리 경찰의 잘못이 다시 반복될 수가 있다"면서 "제발 경찰국 신설 문제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국민인권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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