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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조에 사이버 영토 조항을 넣자

입력
2022.07.25 00:00
26면

편집자주

21세기 당파싸움에 휘말린 작금의 대한민국을 200년 전의 큰 어른, 다산의 눈으로 새로이 조명하여 해법을 제시한다.

매년 1,500억 달러 흑자 거둬내는 ICT 업계
불안한 정치 속, 과학자·경제인 도전 때문
'제2 도약' 위한 정치권의 제도 정비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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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유네스코는 우리 다산(茶山) 선생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한국인 최초로 인류의 교육·과학·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등재된 200년 전의 큰 어른이 시간여행으로 오늘 이 자리에 오신다면 무엇에 가장 놀라워하실까?

먼저 세계 10위 경제대국, 세계 7위 무역대국을 일궈낸 후손들을 대견스러워하며 격려와 감사의 뜻을 전했을 것이다. 그리고 TV, 세탁기, 자동차, 비행기 등 수많은 문명의 이기에 입을 다물지 못하시겠지만, 정작 19세기 실학을 주도했던 생각의 그릇을 헤아려본다면 아마도 그런 것을 초월하는 사이버 세상의 등장에 더 놀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0년 뒤 후손들은 정작 발로 딛고 있는 지구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산 선생은 엄연히 존재하는 또 하나의 디지털 지구에 당신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실 것이다.

인류 문명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원료를 제품으로 바꾸는 산업경제를 지나, 상상을 혁신으로 바꾸는 혁신경제 단계로 이미 접어들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경제에서, 만질 수 없고 보이지도 않는 것으로의 가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버'라는 택시 콜센터 회사의 기업가치가 세계 1, 2, 3위 자동차 생산기업을 능가하며, '알리바바'라는 중국 인터넷 주문대행 회사가 산업 경제에서 부동의 1위 였던 중국석유를 앞질렀다.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20대 기업 중 '사우디아람코'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19개가 상상을 혁신으로 바꾼 회사다.

이는 사이버 세상이라는 또 하나의 비옥한 디지털 지구가 있기에 가능하다. 사이버 세상을 지탱하는 디지털 인프라의 효시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통한 메가패스다. 이를 통해 데이터 대항해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 후 우리는 줄곧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인정하는 세계 최고 정보통신 인프라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 내내 우리는 매년 국가 전체 무역흑자(평균 750억 달러)의 두 배나 되는 1,5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 달성할 수 있었다. ICT산업의 수출과 수입이 같았다면, 우리의 무역수지는 750억 달러 적자였을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 경제에서 사이버 영토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과학자와 경제인들이 세상을 보는 눈높이를 한껏 올려서 미래를 내다보며 세계인들과 경쟁해온 결과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가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국가 사회의 운전자인 정치의 눈은 겨우 10m 앞의 좌 또는 우측의 한쪽만을 내다보는 형국이다. 정치라는 운전자에게 지평선 너머까지도 상상하고 준비하는 마음의 눈이 필요한 순간이다.

승객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보며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를 생각해본다. 우리 과학자와 경제인들이 세계 최강 ICT 인프라로 사이버 영토를 만들어 냈으니, 대한민국 정치인이라면 그 보답으로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 세계 최초로 '사이버 영토' 조항을 넣는 시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헌법 제3조를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그리고 사이버 세상으로 한다'로 바꾸는 것과 함께,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국방, 환경, 무역 등의 관련 하위 법에 사이버 방위, 사이버 환경보호, 사이버 무역 등을 명시,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도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이 이런 조치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우리 정치도 시대 변화에 맞춰 최소한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의식에 따라 작은 힌트를 소개해 본다.

윤종록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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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록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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