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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총이야,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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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수많은 뉴스에 묻혀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듯하지만,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 우발데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19명의 아이들과 2명의 선생님이 목숨을 잃었다. 다음날 한 제자와 면담을 하는데, 초등학생 딸을 둔 그는 뉴스를 접한 뒤 마음이 아파 잠을 잘 수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테러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 둔감해지기 쉬운 게 미국 현실이지만, 어린아이들의 긴 미래를 앗아가는 학교 총기 테러가 나면 소식을 접하는 내 마음에도 깊고 긴 상처가 생긴다. 26명이 목숨을 잃은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테러 사건 때도 한동안 잠든 유치원생 아이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아픔에 비할 바 아니지만, 총기 테러가 가져오는 슬픔의 파장은 멀리 간다.
이런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미국 정치인들과 논객들 사이에서는 그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우리가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원인을 찾는데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원인을 찾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이다. 성경에 하느님이 선악과가 없어진 것을 보고 아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데, 아담은 왜 선악과를 먹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다른 이에게서 자기 행동의 원인을 찾아 책임을 피하려는 변명의 역사는 이렇게 길다. 우리가 원인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결과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해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일 것이다. 총기 테러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두번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파악해 그 결과를 바꾸려면 근접 요인과 더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는 게 다 중요하지만 그 상대적 중요성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왜 이상기온이 자주 나타나는지 이해하려면 지역적 근접 요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기후변화라는 근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효과적 대책을 세울 수 없다.
반대로 총기 테러의 경우에는 고성능 총기를 누구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느슨한 총기 규제라는 근접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와 배경은 사례마다 다르고, 그들 인생 어느 시점에 개입이 이루어져 인생경로에 변화가 생겼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근본적 원인에 상관없이 쉽게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근접 요인, 즉 총기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것뿐이다. 특히 반자동 소총 같은 전투형 총기에 대한 접근을 조금만 어렵게 해도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빈약한 의료정책이나 극단적 인종주의 같은 원인은 그 자체로 중요한 문제지만, 총기 테러와 관련해 명확하고 쉽게 바꿀 수 있는 총기 규제라는 근접 요인을 놔두고 근본적 원인을 거론하는 것은 논쟁의 초점을 흐리는 소음에 불과하다. 총기 규제가 엄격한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에 맞아 죽었지만, 근접 원인은 범인이 훈련된 전 해상자위대 장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일본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의 숫자는 딱 한 명이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4만5,034명이 죽었다. 총기 소유 옹호자들은 총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고 강변하지만, 고성능 반자동 소총 없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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