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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폴 크루그먼 "인플레 예측, 내가 틀렸다"

입력
2022.07.22 09:55
수정
2022.07.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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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예측 오류 인정
"물가 영향 적을 것" 전망했으나 40년 만 가장 가파른 인플레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지난달 13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제33차 CIRIEC 국제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발렌시아=EPA 연합뉴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지난달 13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제33차 CIRIEC 국제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발렌시아=EPA 연합뉴스

노벨경제학상을 탄 세계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공식 인정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인플레이션에 대해 나는 틀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경기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던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내용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초 취임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마련한 1조9,000억달러(약 2,498조 원) 규모의 부양책을 두고,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미국인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더라도 곧바로 소비하기보단 저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금은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들면서다.

또한 당시 그는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시장이 일시적으로 과열되더라도 물가가 급격하게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사례들에 비춰본다면 고용과 물가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의 예측과 달리 미국은 4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이례적 상황에 과거의 경제 모델을 대입한 게 문제였다고 썼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때 과거 경제 모델이 들어맞았기 때문에 작년에도 과거 경제 모델을 적용했다"며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한 예측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글로벌 공급체인을 흔든데다가 이민자의 감소와 조기퇴직 등으로 인한 노동의 감소가 경제의 생산까지 줄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가 가계의 소비패턴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감염에 대한 우려 탓에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상품 구매를 늘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물가를 자극했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이다. 과거 사례에 비해 지난해 경기가 훨씬 과열됐다는 점도 기존 모델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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