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냐, 독사냐' 이동통신 사업 뛰어드는 토스

입력
2022.07.21 16:42
수정
2022.07.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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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술 서비스 토스가 알뜰폰 업체를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든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금융기술 서비스 토스가 알뜰폰 업체를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든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금융기술(핀테크) 서비스 '토스'가 알뜰폰 업체를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도 뛰어든다. 통신시장을 자극해 저렴한 요금제가 늘어나는 등 이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메기 역할을 할지, 과다 출혈 경쟁으로 시장을 교란해 중소업체를 도태시키는 독사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는 21일 알뜰폰 사업자(MVNO)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MVNO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려 저렴한 가격에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토스가 인수하는 머천드코리아는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으며 10만 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 토스는 머천드코리아 인수 후 어떤 방식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할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인수계약이 종료되는 8월 이후 사업 내용을 검토해 발표할 것"이라며 "하반기 중 이통 3사의 망을 이용해 기존 이통사 요금보다 저렴한 알뜰폰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맞춰 머천드코리아의 사명과 알뜰폰 상품명도 바뀔 전망이다. 이를 위해 토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최대 주주 변경 등 알뜰폰 사업 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

토스가 알뜰폰 사업으로 겨냥하는 것은 토스 앱을 생활 플랫폼으로 확대해 쓰임새를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금융상품에 이동통신 서비스까지 얹어 토스 앱으로 이동통신 가입도 하고 요금도 내고 금융상품도 이용하면서 이용자가 앱에 묶이는 록인 효과가 발생한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굳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토스 앱과 토스 인증서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집에서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다"며 "휴대폰 개통에 필요한 범용이용자식별모드(USIM) 칩도 집으로 보내준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견제에 토스 "출혈 경쟁 안해"


토스가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다. 알뜰폰은 기존 이동통신업체의 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하는 사업이다. 연합뉴스

토스가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다. 알뜰폰은 기존 이동통신업체의 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하는 사업이다. 연합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업체가 늘어나는 만큼 요금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 국내 알뜰폰 시장은 2011년 서비스 도입 이후 70여 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면서 가입자가 지난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저렴한 요금에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출혈 경쟁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금융위원회의 규제 예외조치(샌드박스)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이다. 리브엠은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사업을 하고 있으며 25일부터 KT, 9월부터 SK텔레콤의 망까지 이용할 수 있어 사실상 이통 3사의 통신망을 모두 제공한다.

리브엠은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동통신업체에 가입자 1인당 3만3,000원의 비용을 내고 망을 빌려와 1만~2만 원대 요금제로 판매해 원가 이하의 출혈 경쟁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 노조는 리브엠이 비대면 판매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은행 창구에서 알뜰폰 가입 시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끼워팔기를 하며 이를 직원들의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KB국민은행 노조와 전국이동통신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혁신 없이 금권 마케팅으로 통신시장을 교란하는 리브엠의 사업 인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동통신업계에서도 과다 출혈 경쟁을 우려해 토스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반기지 않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리브엠처럼 금융업체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출혈 경쟁을 벌이면 대부분의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이후 시장을 장악한 금융업체들이 통신 서비스 요금을 올리면 이용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스는 원가 이하의 요금제를 내놓는 출혈 경쟁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혈 경쟁으로 굳이 기존 업체들의 반발을 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토스는 토스 앱의 확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장민영 토스 사업전략리드는 "토스가 금융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사회적 효용을 만들어낸 것처럼 알뜰폰 가입자들의 가입 절차를 비대면으로 처리해 이용자의 불편함과 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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