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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감세' 후폭풍…209조 국정과제 조정이냐, 긴축 포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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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2년도 세제 개편안'을 통해 감세 기조를 공식화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나라 살림살이도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 운영 수입원인 세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랏빚(국가채무) 최소화 원칙과 연간 40조 원 넘게 필요한 국정과제 달성을 모두 지키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재부는 세제 개편안에 따른 세수 감소액(전년 대비)을 2023년 6조4,000억 원, 2024년 7조3,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2년간 나라 살림에 사용할 세금이 13조7,000억 원 덜 걷힌다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이후 최대다. 최고세율 인하, 과세표준 구간 상향 등으로 법인세, 소득세 예상 감소액만 2년간 각각 7조 원, 4조 원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기업·자산가·고소득자 증세를 바탕으로 확장 재정을 추구한 문재인 정부와 거꾸로, 감세·긴축 재정 패키지를 내세우고 있다. 나랏돈을 아껴 쓰겠다는 긴축 재정과 감세는 서로 어울리는 정책 조합이나 문제는 국정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5년간 △기초연금 30만 원→40만 원 상향 △병사 봉급 단계적 인상 △청년도약계좌 신설 △월 100만 원 부모급여 지급 등 국정과제 몫으로 총 209조 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재원은 기존 사업 예산을 깎는 지출 구조조정 20조 원, 경제 성장에 따른 세수 자연 증가 20조 원으로 매년 40조 원씩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세수만 보면 정부 구상은 일리 있다. 실제 국세 수입은 2016년 242조 원에서 지난해 344조 원으로 100조 원 늘었는데 5년 사이 연평균 20조 원씩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세제 개편안으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세수 자연 증가 20조 원에 내년 세수 감소 6조4,000억 원을 대입하면 세금 수입은 13조6,000억 원 느는 데 그친다.
예상보다 빠르게 가라앉는 경기는 세수를 더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경기 악화가 기업·소상공인 매출에 타격을 주면 그만큼 세금은 적게 걷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말 3.1%에서 지난달 2.6%로 낮췄는데 이마저도 도달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개혁특별위원장을 지낸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와 경기 불황의 동시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자동 증가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이럴 때일수록 대기업, 고소득자 세금을 늘려 위기 때 쓸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기준 약 6조 원의 세수 감소는 매년 확대되는 세입을 봤을 때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며 "또 감세는 기업 투자를 이끌어 시간을 두고 세수 확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초점은 기재부가 다음 달 말 공개할 내년도 예산안으로 향한다. 예산안과 한 세트인 세제 개편안으로 세금이 찔끔 늘어나는 토대 위에서 나랏돈을 무턱대고 조였다간 국정과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반대로 다소 헐거운 긴축 재정을 추진하면 재원 마련 차원에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예상을 초월한 감세로 국정과제를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 수립은 난도가 훨씬 높아졌다"며 "결국 세수 감소를 만회할 만한 지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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