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교착 해결 의도” vs “살인범을 어떻게” 어민 북송 현격한 시각차

입력
2022.07.22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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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공방 가열
정부·여당, 송환 결정한 의도에 집중
대책회의 다음날 北에 친서전달 주목
민주당은 김정은 답방 연계 의혹 반박
양측 입장 첨예… 檢 "증거 찾아 꼼꼼히"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TF)가 20일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통일부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TF)가 20일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통일부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의 서훈 전 원장 고발로 촉발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을 의식한 불법 행위”라는 현 정권의 공격과 “중범죄자를 돌려보냈을 뿐”이라는 전 정권의 방어가 충돌하는 가운데, 국정원 조사 내용이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속속 공개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목은 검찰에 쏠려 있다. 북송 결정이 합당한 것인지 판단해 갈등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결국 검찰 수사결과가 1차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답방 선물" vs "정상적인 결정"

검찰 수사와 별개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남한으로 귀순하겠다는 어민을 법적 근거도 없이 북으로 쫓아냈고, 그 결정의 중심에 청와대와 국정원이 있었다”며 전 정권을 몰아붙이고 있다.

최근엔 북송 결정의 의도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 “(북송 결정)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을 요구하는 (대통령) 친서를 보냈다”(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며 북송 조치가 ‘김정은 답방에 대한 선물’이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탈북어민 나포(11월 2일)→북송 방침 결정 청와대 대책회의(11월 4일)→북송 통지 및 김정은 초청 친서 전달(11월 5일)’로 이어지는 흐름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전 정부 인사들은 “북송 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반박한다. 김정은 위원장 답방과의 연계 의혹에 대해선 “너무 상식적이지 않은 말”(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라고 일축하면서 '북송 결정은 첩보와 나포 선원의 살인 범죄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도 17일 입장문을 내고 “(선원들은) 애당초 남한으로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강제북송 결정의 책임자로 지목받는 당사자가 ‘귀순의 진정성’을 언급한 것이다.

평행선 긋는 갈등...검찰 수사는?

검찰도 귀순 진정성이 수사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란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최근 국정원 직원 조사 과정에서 "서훈 전 원장이 합동조사가 진행되던 시점에 '살인이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줄 수 있겠냐'고 발언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사건 초기부터 귀순 의사를 인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귀순 진정성은 서 전 원장 등의 직권남용 수사와는 결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어민들의 귀순 의사와 별개로 절차적으로 위법한 지시가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귀순의 진정성 여부는 주관적 해석의 영역으로 법으로 재단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향후 수사 향방은 국가안보실 매뉴얼이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 역시 서 전 원장을 고발하면서 ‘북송 결정은 매뉴얼 위반’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19년 국가안보실이 만든 매뉴얼은 아직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어 북송 결정 이유와 근거를 확인하려면 매뉴얼 분석이 필수적이다. 다만 매뉴얼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최종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슈 자체가 민감한 데다, 사건 관련자들의 입장 역시 첨예하게 맞붙고 있어 섣부른 속도전이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안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주장과 주장이 충돌하는 사건일수록 확실한 증거를 찾는 게 중요하기에 다른 어떤 사건보다 꼼꼼히 수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상욱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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