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어민, 살해 진술 서로 달랐다"…文 정부 부실 조사 논란

입력
2022.07.21 17:00
수정
2022.07.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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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살해 진술 같지만, 이름 등 차이"
"세밀 묘사 일치" 3년 전 정부 설명과 달라
정부 관계자 "북송 어민, 며칠 뒤 처형"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북한 어민의 모습.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북한 어민의 모습.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조사 과정에서 북한 어민 2명의 살해 혐의 진술이 서로 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흉악범'이라면서 "분리 신문에서 둘의 진술이 일치했다"던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부실·졸속 조사에 따른 강제 북송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1일 "선원을 살해했다는 두 사람의 진술은 같지만, (정확히) 몇 명인지 사람 이름을 대 보라고 하니 일치하는 사람이 10명이 채 안 됐다"고 밝혔다. 범행 도구 등 살해 수법이나 전체 피해자 숫자에 대해서도 탈북 어민들은 서로 다른 말을 했다고 한다.

반면 사건 직후 통일부의 국회 보고자료에는 이들이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장과 선원 등 16명을 순차적으로 살해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야간 근무 중이던 선원 2명과 선장, 그리고 취침 중이던 나머지 선원 13명을 도끼와 망치로 순차적으로 살해했다며 범행 동기와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대북 첩보 △어민 2명의 일치된 진술 △북한 반응에 비춰 범죄행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어민 2명이 각각 진술한) 범행의 역할, 과정 등과 관련된 아주 세밀한 묘사들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17일 "이들의 자백은 우리 군이 입수한 대북 첩보와도 정확히 일치한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어민들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조사 결과를 곧이 믿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진술 불일치'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정원 등 합동조사에 참여한 관계부처들의 행태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피해자 이름과 숫자, 범행도구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서 나포 사흘 만에 졸속으로 내린 북송 결정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범행장소인 북한 선박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부실 조사'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정부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강제 북송 어민들을 "며칠 안에 처형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 어민 북송 후 처형 사실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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