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금투세?... 오락가락 금융과세

입력
2022.07.21 17:00
수정
2022.07.21 17:5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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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세제 개편안]
세 부담 낮춰 자본시장 활성화에 방점
금투세·가상자산 과세 2년간 보류키로
도입 준비하던 업계는 매몰비용 우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 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 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 소득과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증권거래세 인하폭도 조절하고, 양도소득세는 100억 원 이상 초고액 주식보유자만 납부토록 한다.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가 명분이지만, 정권에 따라 세제가 오락가락하면서 혼선을 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투세·가상자산 과세 ‘일시 정지’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금융세제 개편안은 투자자의 세 부담을 줄여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우선 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2025년까지 2년 유예한 뒤 도입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금투세는 개인투자자가 주식과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해 연간 5,000만 원이 넘는 매매차익이 발생할 경우 20%(3억 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전임 정부에서 2020년 부과 방안을 마련,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일시 정지’된 셈이다.

가상자산 과세도 마찬가지로 2년 유예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2023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250만 원(기본 공제금액)이 넘는 소득을 낸 사람은 20%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 또한 과세 시점이 2025년으로 연기됐다. 역시 “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를 고려했다”는 이유다. 가상자산 과세가 미뤄진 건 벌써 세 번째다. 당초 정부는 2021년 10월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물리려 했지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올해 1월부터'로 미뤄졌고, 이후 내년 1월로 다시 1년 연기된 상태였다.

금융 관련 세제 개편 주요내용. 그래픽=강준구 기자

금융 관련 세제 개편 주요내용. 그래픽=강준구 기자


증권거래세 깎고, 주식양도세 폐지 수순

증권거래세는 현행 0.23%에서 내년 0.20%로 인하할 계획이다. 당초 금투세 도입과 함께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내리려 했지만, 금투세 과세가 유예되면서 거래세 인하 속도도 조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주식과 코스닥 주식 거래엔 모두 0.20%의 거래세가 부과된다.

주식양도소득세는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주식의 경우 종목당 10억 원 또는 일정 지분율(1~4%)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지분율 기준을 없애고 한 종목을 100억 원 이상 보유한 초고액 주주만 낸다. 대다수 주주에 대해선 주식양도세가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다. 기재부는 “신규 자금 유입을 유도해 주식시장이 활성화하면 일반 투자자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개인투자용 국채를 만기 보유했을 때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14% 세율로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인의 국채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국제 기준에 맞춰 비거주자·외국 법인이 국내 국채 및 통화안정증권에서 지급받는 이자와 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하는 내용도 신설하기로 했다.

업계는 '난감'... 야당 반발 가능성도

금투세 도입이 미뤄지자 증권가는 난감한 표정이다. 내년 신설을 가정해 이미 세액 산출, 납부 등을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정확한 도입 시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매몰비용 발생 우려가 커졌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도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에 맞춰 전산을 준비해 왔는데 유예되면 비용 측면에서 좋지 않다”면서 금투세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 바 있다.

법 개정 작업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지형이 여소야대로 야권에 기울었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제도인 데다, 자칫 '부자 감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시행 유예를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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