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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발달장애아들을 키우는 법

입력
2022.07.21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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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다. 자폐성 지적장애이기 때문에 신체 영역 외 모든 발달이 자라는 내내 또래보다 한참 느렸다. 인지, 언어, 사회성 영역의 지적 발달이 생후 초기부터 눈에 띄게 느렸고, 열일곱 살인 지금 또래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생후 30개월에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까, 그녀와 그 가족이 겪어온 고난의 세월이 어느덧 15년 정도 흐른 셈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 한다.

지금까지 그녀가 아들을 키우며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장애 그 자체보다 아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고 한다. 놀이터에서, 식당에서, 버스에서, 마트에서, 가족의 일상적인 행동반경에 속하는 그 모든 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시선은 마치 칼날이 가슴에 박히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게 했다. 처음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던 때를 비롯해 상급학교 진학 시기마다 부모로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흔들렸던 시간을 되돌아보면, 마치 꿈을 꾼 듯 아득해진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 몇 차례 아들을 잃었던 기억은 꽤 오랫동안 그녀를 악몽에 시달리게 했고, 입학 후에는 또래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지, 선생님에게 미움 받지는 않을지 걱정과 불안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그녀는 아들을 믿고, 아들을 그녀에게 보낸 신을 믿고, 또 세상에 있을 따뜻한 사람들을 믿으며 움츠리기보다 다가가려고 애썼다. 그녀와 남편은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의 장애를 숨기지 않았고, 어디든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신학기 첫 학부모 모임에는 되도록 꼭 참석해서 아이의 장애와 특징을 밝히며 동급생 부모들의 이해를 구했고, 여느 학부모처럼 아침 등교 시간에 녹색어머니회 봉사나 급식 모니터링 봉사 등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그런다고 그녀의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같은 반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 아들이 지닌 장애를 이해하고 배려할 시간과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아들은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비장애 또래들과 순탄하게 단체생활을 할 수 있었다. 운 좋게 매번 다정한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났으며, 남자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같이 놀아주었고, 여자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공부를 도와주었다. 학년말에는 아이가 속한 학급이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사건이 한 건도 없는 모범 학급으로 뽑히기도 했고, 반이 바뀌어 헤어지게 되었다고 슬피 우는 친구까지 생길 정도로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 그녀의 아들을 '특별하고 재미있는 아이'로 여겨주었고 충분한 관심을 주었다.

그녀의 아들은 올해 고등학생이 되면서 특수학교에 진학했다. 그동안은 평범한 또래 아이들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반 학교에 보냈지만, 이제는 아들의 기능과 발달 수준에 맞는 특별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안과 두려움이 컸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 살아갈 아들의 미래에 대해 불투명하게나마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있는 사회에서는 부모가 용기를 내어 꿋꿋하게 아이를 키우기란 쉽지 않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장애아와 그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더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이정미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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