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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투입만은 막자"... 대우조선 파업, 끝이 보인다

입력
2022.07.20 20:30
수정
2022.07.20 23:5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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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임금 인상폭 입장 좁혀
손해배상 청구 취하 두고 노사간 이견 못 좁혀
파업 찬반 집회로 긴장감 여전… 충돌은 없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이 49일째를 맞은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도크에서 파업 중인 하청지회 노동자들(왼쪽)과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업체 직원이 벽 하나를 두고 각각 농성하고 있다. 거제=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이 49일째를 맞은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도크에서 파업 중인 하청지회 노동자들(왼쪽)과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업체 직원이 벽 하나를 두고 각각 농성하고 있다. 거제= 연합뉴스

50일 가까이 접점 없는 대치로 일관하던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가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며 노사 간 교섭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지만, 타결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찬반 집회·시위도 이어졌지만 극한 충돌 등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파업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둘러싼 노사의 입장차가 여전하고, 정부의 공권력 투입 카드도 살아 있어 협상이 장기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20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 협력업체 대표, 대우조선 원청 노사 등이 참여한 4자 교섭은 눈에 띌 만한 진척을 보였다. 하청노조 측이 올해 임금 인상 요구 폭을 30%에서 5%까지 낮추면서 사측 조건(4.5%)과의 간극을 거의 좁혔기 때문이다. 노조 인정 및 활동 보장 부분도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후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경남 거제시 파업 현장을 찾아 한때 극적 합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장관은 "노사 원·하청 각각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해서 의견이 많이 접근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모두가 한 발자국씩 양보해 좋은 결과를 도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협상에서도 남은 쟁점을 두고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최대 쟁점은 파업 가담자의 민·형사상 책임 면제 조항 문제다. 노조는 파업 행위와 관련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원·하청은 피해 규모가 크고 주주들과의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인근에서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인근에서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달라진 협상 분위기와 별개로 조선소 안팎의 집회는 계속됐다. 금속노조는 오후 2시 40분부터 2시간 동안 대우조선 정문 앞에서 5,000여 명을 동원해 하청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영호남권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교섭을 지원하겠다면서 헬기를 띄우고, 경찰을 배치하고, 공권력 투입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공권력 투입 시 즉각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2차, 3차 파업을 통해 정권심판 투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대우조선 하청 투쟁 승리'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서문까지 2㎞ 구간을 행진했다. 경찰은 조선소 외부에 4개 중대 3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질서유지선을 구축한 뒤 물리적 충돌과 교통 혼잡에 대비했다. 편도 5개 차선 가운데 3개가 가로막히면서 차량 운전자들과 집회자 간 욕설이 잠시 오가기도 했지만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


20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내에서 하청노조 불법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원청 노조원들이 시위하고 있다 . 뉴스1

20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내에서 하청노조 불법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원청 노조원들이 시위하고 있다 . 뉴스1

원청 등 일반 직원들도 맞불 집회에 나섰다. 오후 3시 10분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내 생산본부 앞에선 현장 책임자 연합회 등 직원 5,000여 명이 불법파업 반대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원청 직원 이모(54)씨는 "지금까지 수많은 파업에도 도크장을 막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대우조선의 심장과 같은 곳에서의 불법파업은 회사를 망가트리고 모두를 공멸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농성 현장 바로 옆에도 불법점거 철회 등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오전 이른 시간에는 하청업체 노조 파업에 불만을 품은 대우조선 사무직 직원이 바로 옆 도크 약 25m 높이의 철제 구조물에 올라 '불법 파업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경찰은 구조물을 설치해 혹시 모를 양측의 접촉과 충돌을 원천 차단했다.

거제= 박은경 기자
거제= 김재현 기자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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