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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이라는데... 왜 하청노동자는 저임금에 시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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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A씨는 세후 월급이 3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올해 기준 4인가구 중위소득(512만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데다, 치솟는 물가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다른 하청업체 노동자 B씨는 9,200원의 시급을 받고 일한다. 올해 최저임금(9,160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C씨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일당이 14만~17만 원 수준으로, 다른 '육지 일자리'와 비교하면 하루 3만~5만 원 적다.
2015년 이전만 해도 국내에서 손꼽히던 고임금 사업장이었던 조선소의 하청 노동자들이 왜 '저임금 근로자'가 됐을까.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임금 30% 인상'을 내걸고 1㎥ 철장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고질적인 원·하청 구조에 호황과 불황에 따라 영업이익이 극명하게 차이나는 조선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2015년 국내 조선업계를 흔들었던 극심한 불황이다.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인한 '수주 대박'에 이어 유가 급등으로 인한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이 이어지던 2010년대 중반까지는 조선소 노동자들이 지역경제의 1등 공신이었다. 최저시급이 5,580원이었던 2015년 당시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시급은 평균 8,000원대 중반이었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1만 원 이상을 받기도 했다. 노동시간 제한이 없던 시절, 평일 잔업은 물론 토요일과 일요일 특근까지 불사하면서 고임금 노동자들이 늘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조사에 따르면 당시 조선소 하청노동자 평균 연봉은 4,50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적자가 나고 이어 수주 절벽이 찾아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조선 3사 기능직 인력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하청업체들은 상여금을 깎고 임금을 동결시키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 2015년 대비 최저임금이 64.2% 오르는 동안 시급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노동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도 저임금의 원인이다. 수주량이 줄어들면서 일감 자체가 부족했고,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조선소 노동자들에게 당연시되던 잔업과 특근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조선산업은 다시 호황기를 맞기 시작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은 97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 세계 발주량의 45.5%나 된다.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1위를 차지한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해운 경기가 좋아지면서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었고, 천연가스(LNG)선 발주도 크게 증가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측은 이를 근거로 "업계가 불황일 때 하청 노동자들이 고통분담을 했으니, 임금을 어느 정도는 정상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당장 '돈이 없다'는 데 있다. 조선업은 선박 수주를 받더라도 2, 3년이 지나야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기 때문에 여전히 국내 조선사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원자잿값 상승도 문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비용의 5분의 1을 후판(두꺼운 강판)으로 잡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철광석 값이 뛰면서 후판 값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올랐다"며 "과거 낮은 값에 배를 수주했는데, 철판 값 비중이 늘어나니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선소 일손이 태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노동자 임금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종식 위원은 "상식적으로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임금을 올려서라도 데려오려고 하기 때문에, 현재 조선업계 노동자 임금이 회복돼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며 "상황이 나아지면 선박 원가 계산 때 인건비 비중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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