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총파업 열기 뜨겁지만 참여 어려운 '큰 형' 현대차 노조의 복잡한 마음

입력
2022.07.20 14:00

현대차 노조, 19일 사측과 임금협상 타결
쟁의권 효력 소멸로 금속노조 총파업 참석 불가
금속노조 10만 쟁의권 중 절반 현대차 노조
기아·한국GM·현대중공업 등 총파업 참석 '불투명'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7·20 총파업 돌입선포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7·20 총파업 돌입선포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총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오면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의 상황은 복잡해졌다. 사측과 2022년 임금 협상을 타결하면서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석할 명분과 법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현대차 노조가 빠지면 실제 총파업을 할지 판단하거나 그 규모를 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영남·호남권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다. 금속노조는 파업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상급단체다. 동시에 서울에서도 수도권·충청권 조합원들이 서울역에서 모여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방향으로 행진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국내 최대 산별 노조 중 하나로 조합원 수가 20만 명에 달한다. 현대차,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제조업 부문 대기업 노조가 속해 있다. 앞서 금속노조는 4~7일 내부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 인원의 85.1% 동의를 얻어 파업을 결의했다. 현재 약 10만 명의 조합원이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금속노조는 이번 주를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분수령으로 보고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현대차 노조, 임금협상 타결로 쟁의권 소멸…총파업 불참

현대차 노조가 19일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차 노조가 19일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금속노조가 강력한 '하투(夏鬪)' 의지를 보이지만, 현대차 노조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전날(19일) 전체 조합원(4만6,413명)의 61.9%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앞서 확보한 쟁의권의 효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쟁의권 없이 강행하는 파업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 측은 집행 간부, 대의원 등 확대 간부만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확대 간부 규모는 400~500명이지만, 실제 총파업 참가 인원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임금협상 타결 전이라면 금속노조 총파업에 적극 참여하겠지만 지금은 쟁의권이 없기 때문에 전체 파업을 강행할 수 없다"며 "불법 파업을 하면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 부분을 책임져야 하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확대 간부들이 서울과 거제 집회에 참석하는 등 총파업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이탈로 흔들리는 금속노조 총파업

전국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진행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총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진행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총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현대차 노조가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속노조의 총파업도 동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내 현대차 노조의 비중은 약 23%에 해당한다. 게다가 총파업을 위한 10만 쟁의권 중 절반가량이 현대차 노조가 확보한 것이었다. 금속노조 산하 기아지부, 한국GM지부, 현대중공업 지부 등은 아직 교섭 초기라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쟁의권은 노사 협의가 결렬될 경우 노조 측에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고,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확보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불참하면 금속노조 총파업의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형 완성차, 조선사 중 쟁의권을 확보한 곳이 없기 때문에 이번 총파업이 산업계에 끼칠 영향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등은 15일부터 임금 문제 등을 놓고 교섭을 이어가는 중이다. 23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이 필수 인력을 뺀 원하청 2만여 명이 2주 동안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22일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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