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인하대 피의자, '살인죄' 적용 개연성 높아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추락한 피해자를 119신고·구조도 하지 않아"
"피해자를 1시간 동안 방치 추정...출혈 상태로 두고"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추락,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학생이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걸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발생한 '성폭행 추락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학교 건물에서 추락, 숨지게 한 혐의로 인하대 1학년 남학생 A씨가 구속됐다. 현재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치사'다.

이 교수는 지난 19일 KBS '용감한 라이브'에 출연, "(A씨가) 준강간은 인정했고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번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몇 가지 추가되는 죄명이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A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내다본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119에 신고하지 않고 구조도 하지 않은 점, 그리고 피해자가 1시간 이상 방치된 것으로 추정된 부분이다.

이 교수는 "예컨대 피해자를 유리창으로 밀어 던지지 않았다고 해도 (건물에서) 떨어지면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119에 신고하지 않고 구조도 하지 않았다"며 "최소한 미필적 고의 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KBS '용감한 라이브' 영상 캡처

또 A씨와 피해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시간과 쓰러진 피해자가 행인에게 발견된 시간 사이를 주목했다. 이 교수는 "A씨가 피해자를 부축해 건물로 들어간 시점은 15일 오전 1시 30분인데 행인에게 발견되고 119에 신고한 시점은 이날 오전 3시 49분"이라며 "강간에 이르는 행위를 하고, 유리창에서 떨어지는 상황이 언제였냐면 오전 2시 30분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A씨는) 피해자가 오전 3시 49분까지 1시간 동안 화단에서 출혈을 한 상태에서 구조를 기다렸던 것 같다"며 "이 대목이 살인죄로 갈 개연성을 높이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고의성 여부를 입증할 방법도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가 추락한 유리창이 바닥으로부터 1m 떨어져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실수로 추락하긴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유리창 창틀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해 국과수에 보낸 상황이다. 거기서 가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정보(DNA)나 지문 등이 나온다면 가해자가 창밖으로 (피해자를) 밀어서 떨어뜨렸다는 개연성을 상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A씨가 불법촬영한 정황도 포착돼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현장에 두고 간 휴대폰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 파일을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영상을 찍는 와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완성되지 않은 불법촬영 영상물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내 학생 대상으로 한 성폭행 예방 교육 이뤄져야"

15일 오전 3시 49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서 20대 여성이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20대 여성이 숨지기 직전 함께 있었던 20대 남성을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20대 여성이 추락한 인하대 공대 건물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이 교수는 대학교에서 교직원뿐 아니라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대학 내 성폭력 사전의 60%가 선배나 동기, 후배 등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 통계치를 다같이 열심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교직원에 대해서는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이뤄져 왔지만, 학생들은 그런 교육을 받아야 하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생 간 성폭력 사건이) 심각한 범죄로 진전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다같이 기져야 하고, 교내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시설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과 학생들에 대한 계도적인 교육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걸 시사하는 통계"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가해 추정 인물에 대한 신상 털기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응징의 심리가 온라인상에 강력하게 퍼진 것"이라면서도 "가해자의 신상을 털기 시작하면 상승효과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신상 털기도 이뤄지며 '젠더 갈등'을 유발해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