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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잔치는 끝났다"...금리 인상에 전 세계 집값 '뚝뚝'

입력
2022.07.20 00:10
수정
2022.07.20 10: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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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택 가격 하락세
코로나發 유동성·저금리 시대 막 내려
"경제 악영향" vs "거품 걷어내는 과정"

지난해 2월 미국 조지아주 매디슨의 한 주택 앞에 판매를 알리는 표지판이 놓여있다. 매디슨=AP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미국 조지아주 매디슨의 한 주택 앞에 판매를 알리는 표지판이 놓여있다. 매디슨=AP 연합뉴스

펄펄 끓었던 전 세계 집값이 빠르게 식고 있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자 부담은 커지고 주택 구매 여력은 떨어진 탓이다. 코로나19 시대 ‘유동성 잔치’와 함께 시작된 글로벌 주택시장 과열이 2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는 평가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집값 하향세 뚜렷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부터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던 전 세계 집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플랭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캐나다 평균 주택 가격은 올해 초 사상 최고치보다 8%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달 뉴질랜드 집값 역시 작년 고점 대비 8% 급락했다.

△브라질 △칠레 △스페인 △핀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에서도 올해 1분기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주택 가격이 떨어졌다. 스웨덴 5월 집값은 전달보다 1.6% 낮아졌고, 호주에서도 지난달 시드니와 멜버른 등 주요 도시 집값이 전달보다 1% 이상 하락했다.

미국 집값 역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미주택건설협회가 집계한 이달 주택시장지수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떨어진 55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낙폭은 감염병 확산 직후였던 2020년 4월을 제외하고는 조사 시작 37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주택시장을 둘러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이언 셰퍼드슨 판테온거시경제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는 포브스에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melt down)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라며 “최근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곧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13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세계 경제에 부담..."건강한 조정" 분석도

글로벌 주택시장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리고,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풀면서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진 이들은 자연스레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 결과 2020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세계 집값은 평균 19% 뛰었다. 뉴질랜드의 경우 주택 가격이 지난 2년간 45%나 앙등했고, 서유럽과 미국에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면서 크게 늘어난 이자 부담에 집값 고공행진도 멈춰 섰다. 예컨대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 초 0.25%에서 최근 2.5% 수준까지 끌어올리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역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 영향으로 최대 도시 토론토의 6월 주택 평균 가격은 2월에 비해 20%가량 떨어졌다.

공격적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집값 하락이 경제에 더욱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은 “집값 하락은 재산이 갑자기 증발한 주택 소유주의 소비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반면 과도하게 낀 거품을 걷어내는 ‘시장 정상화’ 과정이라는 주장도 있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솔직히 말해서 건강한 움직임”이라며 “그동안 집값이 과열된 만큼 이제는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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