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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흔드는 제로(zero)의 역설

입력
2022.07.20 00:00
26면

'코로나 제로' 탓, 중국 경제 0.4% 저성장
'제로 원전' '탄소 제로' 등에 멍드는 경제
코로나 재확산 대응에도 경제부터 챙겨야


지난 5월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상하이에 쌓여있는 배달상자들. 베이징=AFP연합뉴스

지난 5월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상하이에 쌓여있는 배달상자들. 베이징=AFP연합뉴스

최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4%. 충격적 결과다. 과거의 고속성장까지는 아니어도 코로나19 이전 연 6% 성장률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다. 중국 경제의 핵심인 상하이가 '코로나 제로(zero)' 정책으로 봉쇄된 영향이 크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중국 역시 자유롭지 못한 원인도 있다. 대중국 무역 의존이 높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다른 국가의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상승과 경기 부진이 나타나며 외환·자본시장이 흔들리는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거시위험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로(zero)' 추구 정책이 지니는 위험성에 유의할 계기이기도 하다.

모든 정책에는 비용이 따른다. 정책 수행을 위해 재정을 지출하면 그 자체가 비용일 뿐만 아니라, 제도를 마련하거나 행정조처를 취하면 그 과정에서 정부가 직접 지출하지 않아도 경제주체가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정책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인 비용을 포괄하는 전체 비용에 대비해 그 정책으로 발생하는 사회 전체의 이득이 커야 합리적인 타당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정책의 편익-비용 분석 개념이 존재한다.

그런데 위해(危害) 요인이 있다고, 특정 변수를 아예 제로로 만드는 정책은 비용이 크다. 특정 변수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으려면 이를 추가로 감소시키기 위해 정책 강도를 계속 높여야 하는데, 이 경우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은 기하급수로 증가하게 된다. 기초 경제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추가적인 한 단위의 생산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증가한다는 '한계비용 체증(遞增)의 법칙'은 정책 추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제로 원전' '제로 비정규직' 그리고 최근에는 '탄소 제로'까지 각종 '제로' 정책이 등장했다. '제로'라는 이름이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서 해당 변수의 '제로'화(化)를 단기간에 무리해 추진하면, 해당 변수는 제로가 될지 몰라도 경제가 견디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비용증가 충격 가운데 하나로 '탈(脫)탄소' 환경규제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가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흔히 에너지 가격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생각하고 실제 영향도 있으나, 2022년 2월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국제적인 환경 규제와 함께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이미 뚜렷했다. 예를 들어, 2021년 10월 천연가스(LNG)와 원유의 전년 동기 대비 수입물가상승률(달러 기준)은 이미 115.3%와 100.6%였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규제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강도와 진행 속도가 여건에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변종 코로나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가 무너질 정도로 극도의 코로나 제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할 필요는 있다. 즉, 경제활동과 방역이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확보되지 않은 여건에서 코로나의 치명적인 전염병 성격으로 방역을 최우선에 둘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19 초기 상황과 복합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휩싸인 경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현재의 대응방식이 같을 수는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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