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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쏠림의 이면...이과 공부엔 사교육비 연간 214만원 더 든다

입력
2022.07.17 17:38
수정
2022.07.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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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생이 자습시간은 1주 6시간 길어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서도 차이 여전할 듯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수험생들이 문·이과 통합 체제로 치러지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수험생들이 문·이과 통합 체제로 치러지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고등학교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사교육비를 연간 214만 원가량 더 쓰고, 자습시간도 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일반계 고등학교 문·이과별 교육투자 비교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과생이 문과생에 비해 연평균 사교육비를 약 214만 원 더 쓰고, 주당 자습시간이 약 6시간 더 길었다. 2004년에 중학교 3학년이었던 학생 중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 834명(문과 539명, 이과 295명)이 조사대상이었다.

교육에 투자되는 자본과 시간이 이과생이 더 많았다는 의미로, 여가 시간은 이과생이 더 부족했다. 이과생의 수면 시간은 문과생보다 하루 평균 1.2시간 적었고, 일주일간 여가 시간은 6.7시간 적었다. 주당 TV시청 시간은 1.2시간, 컴퓨터 이용 시간은 7시간가량 적었다.

원인은 '수학'으로 추정된다. 이과생은 공부할 수학 과목의 양이 많고 난이도도 어렵다. 조사 대상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7년의 경우 통계청과 교육부의 사교육비 조사에서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높았던 과목은 수학(46.4%)으로, 국어(21.6%)와 사회·과학(14.9%)의 2배 이상이었다.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과목도 수학(월 9.1만 원)이었다.

연구진은 교육과정에서 문·이과가 분리돼 있던 시기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으나,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교육과정 취지와 다르게 학생들은 여전히 진학을 원하는 대학 계열과 학과에 따라 사실상 문·이과로 나뉘어 공부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과 계열의 학과를 전공하기 위해선 여전히 수능에서 특정 수학과목과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해야 하므로, 본연구에서 관찰된 문·이과에 따른 교육투자 차이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학창시절 '교육투자' 차이는 노동시장에서의 문·이과 대학 졸업생 사이의 격차와 밀접하다. 교육에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문과생일수록 노동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연구진은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선택하는 문과 혹은 이과는 남은 고교생활에서의 교육투자와 대학진학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결국 노동시장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1988년부터 2019년까지의 한국노동패널조사를 지난해 분석한 결과, 경기침체기 취업하는 대졸자의 경우 인문계 전공자일수록 임금손실이 컸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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