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200m 정도만 걸어도 종아리·장딴지가 아픈 ‘말초 동맥 질환’, 방치하다간 다리 절단”

입력
2022.07.17 20:00
21면
구독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200m 정도만 걸어도 종아리나 장딴지가 당기는 등의 통증이 나타나면 말초 동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200m 정도만 걸어도 종아리나 장딴지가 당기는 등의 통증이 나타나면 말초 동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말초 동맥 질환은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을 제외한 팔다리 등 몸 말단 부위로 가는 동맥에 지방이 쌓여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이다. 말초 동맥 질환의 90% 정도가 다리 혈관에서 발생한다. 초기 발견하면 약물 치료로 호전될 수 있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돼도 간단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를 잘라낼 수도 있고, 말초 혈관 외에도 다른 혈관에 문제를 일으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말초 동맥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20년 23만7,182명으로 2016년 21만7,500명보다 2만 명가량 늘었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말초 동맥 질환이 생기면 200m 정도만 걸어도 종아리나 장딴지가 아프고,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 반복된다”며 “이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다간 자칫 다리까지 절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말초 동맥 질환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말초 동맥 질환은 아직 국내에서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제가 2020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국내 성인의 말초 동맥 질환 유병률은 4.6% 정도였다. 하지만 식생활 서구화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면서 말초 동맥 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지고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말초 동맥 질환에는 말초동맥폐색증, 하지동맥폐색증, 장골동맥폐색증 등이 있다. 말초동맥폐색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말초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것을 말한다. 하지동맥폐색증은 다리 동맥이 막히는 것을 말하고, 장골동맥폐색증은 골반 부근 동맥이 막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증상이 가장 심한 것이 하지동맥폐색증으로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20년)에 따르면 하지동맥폐색증(색전증, 혈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1,171명)가 여성(658명)보다 1.7배 많았을 정도로 남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하지동맥폐색증은 초기에는 걷거나 달릴 때 다리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하지만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금방 가라앉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많다. 그러나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다리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어지며 발에 생긴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말초 동맥 질환을 어떻게 알아내나.

“말초 동맥 질환을 알아내는 검진법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동맥경화를 확인하기 위한 5분 정도 걸리는 ‘발목 상완 지수(ABIㆍAnkle Brachial Index) 검사’를 시행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발목에서 잰 혈압과 팔에서 잰 위팔 혈압 비율이 0.9 이하(발목 혈압이 10% 이상 낮을 때)라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할 수 있다. 조기 발견해야 치료할 수 있으므로 고위험군이라면 가벼운 다리 통증이라도 쉽게 지나치지 말고 제때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을 앓고 있고,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미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어떻게 시행하고, 예방법은.

“말초 동맥 질환은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지 않은 초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혈전 생성 첫 단계에서 혈소판이 뭉치지 않도록 해 혈전 생성을 억제.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실로스타졸 등), 혈관확장제 등 약물로 치료하고, 콜레스테롤 관리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으면 이미 동맥 폐색이 50% 이상 진행됐을 때가 많다.

보통 허리 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 때문에 다리가 저리다고 여기거나 조금만 쉬면 통증이 없어지기에 내버려 두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말초 동맥 질환으로 인해 괴사된 상태로 방치한다면 1년 내 환자의 50% 정도가 다리를 절단해야 하므로 평소 다리 통증을 무심코 넘기면 안 된다.

말초 동맥 질환으로 인해 막힌 부위가 길지만 수술해도 큰 문제가 없는 환자라면 환자 자신의 정맥이나 인조 혈관을 이용해 우회 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혈관 질환 환자는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을 때가 많아 수술을 시행하면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소마취를 한 뒤 풍선확장술(혈관에 풍선을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나 스텐트삽입술(혈관에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지는 것을 막는 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죽종절제술(혈관 내벽을 깎아 넓히는 시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덧붙여 말초 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혈관을 좁게 만드는 담배를 반드시 끊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는 게 좋다. 빨리 걷기ㆍ자전거 타기ㆍ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엘리베이터ㆍ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함으로써 다리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도록 한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흡연 등으로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이라면 병원을 찾아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을 권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