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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금속 비축전쟁 중인데… "국내 유일 군산기지는 꽉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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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찾은 전북 군산시 국가희소금속비축기지. 비축기지 특수창고엔 희토류를 저장한 드럼통이 가득 차 있었지만, 정남식 비축기획팀장은 전략광물의 상세 현황까지 공개할 수 없는 속사정을 설명했다.
과거엔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던 비축 현황을 이제 밝히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일본과 벌이는 희소금속 확보 경쟁 때문이다. 중국 등 제3국 판매자가 한국·일본 정부의 비축 상황을 파악한 뒤, 그 재고를 근거로 판매가를 저울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하며 국가비축광물 정보를 모두 비공개로 전환한 뒤,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비축기지를 관리 중인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다양한 자원을 확보했다는 사실 자체는 국내 민간 기업의 협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너무 상세한 정보가 알려지면 일본과 비교 당하는 국내 기업의 협상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군산 비축기지는 국내 유일의 정부 희소금속 저장고다. 13만 2,229㎡(약 4만평) 규모 대지의 5개 창고(5만 2,300㎡)에 희소금속 21종을 보관 중이다.
비축기지는 희소금속을 그저 저장만 하는 곳은 아니다. 광업공단이 비축기지를 운영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바로 대여사업이다. 일시적으로 수급에 문제를 겪는 국내 업체에 희소금속을 빌려주고, 나중에 같은 물자로 돌려받는다. 대여 수수료율은 빌리는 물량 가격의 3% 수준이다.
마침 이 날은 민간에 빌려줬던 산화몰리브덴(철강 성능 개선 원료) 30톤을 돌려받는 날이었다. 비축기지 직원 11명은 2만 7,170㎡ 규모의 일반 창고 문을 열어 반환 물량을 점검한 뒤 산화몰리브덴을 다시 창고에 저장했다.
국가 비축자원이니만치, 기지에 입고하는 절차는 단순하지 않다. 창고 안에 들어온 물량은 △중량검사 △표본검사 △입자 굵기 측정(입도검사) △파쇄작업 △성분검사 등 5단계를 거쳐 최종 보관된다. 이날 들어온 산화몰리브덴 또한 이러한 검수절차를 밟고 있었다. 지게차 3대가 1톤 단위로 포장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광업공단이 지난해까지 5년 간 빌려준 희소금속은 2,994톤에 달한다. 물량은 최근 3년 동안(2,284톤) 집중됐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등 주요 생산국이 물류 장애를 겪으면서 희소금속 수급이 불안정해진 결과다. 정남식 팀장은 “가격 상승 등 시장 불안 징후가 보이면 희소금속 사용 기업에 먼저 연락해 수급 상황을 파악한다"며 "특히 영세 업체들의 수급이 경색되지 않도록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비축기지에서 희소금속을 빌려 쓴 업체의 재이용률도 꽤 높은 편이다. 정 팀장은 “올해 빌려간 업체 모두 1차례 이상 대여 이력이 있다”고 했다. 이날 산화몰리브덴을 반납하러 온 A사 관계자는 “이번에 빌린 물량 외에도 비축기지에서 희소금속을 하나 더 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업공단이 비축기지를 운영하는 또 다른 목적은 시장 방출이다. 희소금속 수급이 불안해지거나 상황이 심각해져 특정산업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을 때 시행하는 제도다. 공단 측은 수급이 불안정한 정도에 따라 비축물량의 50%부터 100%까지 방출할 수 있도록 원칙을 정했다.
실제 방출에까지 이를 정도의 수급 위기가 온 적은 없지만, 앞으로 수급 불안이 예상되는 희소금속(총 35종)은 희토류(희소금속 중 17종)다. 특히 전기차 영구자석 제조에 쓰이는 디스프로슘(원소기호 Dy·원자번호 66번)이나 네오디뮴(Nd·원자번호 60번) 등의 톤당 가격은 3억 원 이상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광업공단은 정부 예산을 받아 비축할 희토류 품목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 비축기지에 있는 희토류는 총 17종 중 3종(란탄, 세륨, 페로디스프로슘)에 불과하다. 정 팀장은 “지금은 일반자석,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희토류만 갖고 있다”며 “전기차∙풍력발전터빈 영구자석에 쓰일 산화디스프로슘 등 총 3종류의 희토류 추가 구매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 간 희소금속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생산국의 보호주의 경향이 심해지고 있어, 결국 비축하는 희소금속의 종류와 양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광업공단은 비축 일수를 현행 최대 100일에서 180일까지 늘리고, 보유한 20종 이상의 희소금속을 보유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금 비축분만으로도 군산 기지 창고가 이미 가득 찬 상태다. 공단 관계자는 “비축기지 적재용량의 97%가 찼다"며 "추가 물량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는 상태인데 신규 기지 관련 예산 확보는 지지부진하다”고 밝혔다.
광업공단이 관리하는 희소금속 중 2차전지 원료로 쓰이는 전략물자인 니켈이 빠진 점도 짚어 볼 부분이다. 희소금속은 현재 광업공단(10종)과 조달청(11종)이 함께 관리 중인데, 비축 주체 일원화 방침에 따라 조달청 관리 품목 중 9종이 광업공단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그런데 그 9종에서 니켈이 빠진 것이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광업공단은 지분 45%를 보유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을 통해 니켈을 직접 들여올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며 "니켈을 광업공단 관리 하에 두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어 재논의가 필요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희소금속(rare metal)은 철·동·알루미늄·연·아연 등 대량 생산 되는 보통금속(common metal)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희소금속을 △지각 내 존재량이 적거나 산업 수요가 많지만 생산 및 추출이 어려운 금속 △특정 국가에 매장과 생산이 쏠려 있어 공급 위험성이 상존하는 금속으로 정의한다. 정부는 산업특성을 반영해 니켈, 리튬, 코발트, 몰리브덴, 크롬, 희토류, 지르코늄 등 35종을 희소금속으로 분류, 지정하고 있다.
희토류는 희소금속 중에서도 독특한 화학적, 전기∙자성적 성질을 지닌 원소를 말한다. 원소주기율표 상의 원소기호 57번 란탄부터 71번 루테튬까지의 15종(란탄, 세륨,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프로메튬, 사마륨, 유로퓸,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홀뮴, 에르븀, 툴륨, 이테르븀, 루테튬), 그리고 21번 스칸듐, 39번 이트륨을 합쳐 총 17종이 ‘희토류’로 분류된다.
* 참고 : ‘2022 희소금속 원재료 교역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가난한 미국, 부유한 중국’ (김연규 한양대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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