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왜 '채소의 왕' 아스파라거스 신흥 강자가 됐나

입력
2022.07.25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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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우리고장 특산물: 춘천 아스파라거스
강원도, 아스파라거스 재배 국내 1위 부상
수확기간 증가·비가림 재배로 생산량 늘어
육류 소비 늘고 캠핑 문화 확산에 수요 증가
비타민·아미노산·단백질 풍부… 숙취 해소도
일본 홍콩 등 수출길 뚫어 내수 가격도 안정화

'춘천 아스파라거스 재배 1세대'인 홍종성(70)씨가 4일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춘천 아스파라거스 재배 1세대'인 홍종성(70)씨가 4일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요즘 미식가들은 강원도 춘천으로 닭갈비만 먹으러 가지 않는다. 닭갈비에 곁들여 먹을 법한, 이름조차 낯선 채소 ‘아스파라거스’를 사러 간다. 기후가 서늘한 고랭지 지역으로 강수량이 풍부해 아스파라거스 재배지로 급부상한 춘천이 ‘아스파라거스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9년 새 전국 3위로 껑충

초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4일 춘천 서면 신매리에는 얇은 잎들이 안개처럼 퍼져 있는 나무들이 가득했다. 높이 1m 남짓한 나무 아래에 속살처럼 부드러운 연둣빛 아스파라거스 새순이 쏙쏙 올라와 있었다. 농부 홍종성(70)씨는 눈대중으로 아스파라거스의 키를 잰 뒤 가위로 잘라 냈다. 홍씨는 “하루라도 거르면 금세 순이 올라와서 굽어지기 때문에 매일 새벽부터 작업을 하고 있다”며 “25㎝ 높이에 맞춰 순을 딴다”고 말했다.

홍씨는 춘천 아스파라거스 재배 1세대 농부다. 오이와 토마토 등을 키우다가 9년 전 아스파라거스로 작목을 전환했다. 2013년 아스파라거스를 수출 유망 작목으로 선정한 강원도 농업기술원은 농가에 종묘를 분양했다. 홍씨는 “종묘를 한 번 심으면 10년 이상 유지되는 데다 희귀품종이라 단가가 높아 재배에 도전했다”며 “그 전엔 먹어 보지도 않았고, 눈으로 보지도 못했던 채소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당시 홍씨를 비롯해 여섯 농가가 아스파라거스 재배를 시작했다.

기온이 비교적 낮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서 잘 자라는 아스파라거스는 종묘를 심고 꼬박 3년을 돌봐야 비로소 수확이 가능하다. 잔손도 많이 간다. 줄기가 약해 쓰러지기 쉬운 탓에 지주를 세워야 하고, 여름철 통풍과 광합성을 좋게 하기 위해 수시로 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아야 한다. 병충해에도 취약한 편이다.

하지만 수요가 늘면서 재배 농가도 크게 늘고 있다. 강원 아스파라거스 재배 면적은 지난해 기준 90.4㏊로, 이 채소를 본격적으로 수확한 5년 전(30.5㏊)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강원도 아스파라거스 재배 면적은 전국의 52%를 차지해 단연 으뜸이다. 시군별로 농가 수가 많은 양구의 재배 면적(25.1㏊)이 가장 넓고, 화천(25㏊), 춘천(16.8㏊), 인제(9.1㏊)순이다. 그 중에서도 춘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비가림 재배 등으로 수확시기가 2~10월로 다른 지역에 비해 긴 것도 춘천만의 장점이다. 현재 아스파라거스 재배 농가는 32곳으로 9년 사이 5배나 늘었다.

연둣빛 아스파라거스 순이 올라와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연둣빛 아스파라거스 순이 올라와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육류 소비 늘면서 수요 덩달아 급증

높이 25㎝로 선별된 아스파라거스가 다발로 묶여져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높이 25㎝로 선별된 아스파라거스가 다발로 묶여져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국내 아스파라거스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수입량은 2010년 209톤에서 2015년 635톤, 지난해 1,099톤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주로 멕시코(361톤), 태국(265톤), 페루(264톤) 등에서 수입된다. 강원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육류 등 서구식 식생활이 늘어나고 캠핑 문화 확산 등으로 아스파라거스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몇 년 새 춘천 아스파라거스 농가를 직접 방문해 신선한 아스파라거스를 직접 구입하는 젊은 세대들도 많아졌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아스파라거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름은 생소하지만 맛은 익숙하다. 오이처럼 생으로 먹으면 아삭아삭하면서도 시원하다. 고기 등에 곁들여 구워 먹으면 고소하고 느끼한 맛을 잡아 준다. 영양도 뛰어나다. 비타민A, B1, C가 균형 있게 들어 있고,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해 ‘채소의 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피로와 숙취 회복을 돕는 아스파라긴산 함량도 콩나물의 5배에 달한다.

다만 국내 수요 증가로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국내산 아스파라거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국내산 아스파라거스 시중 판매가격은 1㎏당 1만 원 안팎이다. 반면 외국산은 8,000원 정도로, 출하가 집중되는 봄철에는 가격 폭락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수출을 통한 내수 안정화를 꾀한다. 특히 일본 시장이 유망하다. 일본에선 아스파라거스를 브로콜리 다음으로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2015년 일본에 시범 수출한 3톤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 12톤을 수출했다.

강원도 농업기술원도 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아스파라거스 재배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가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식 방법을 다양화하는 한편 수확 후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가공 및 포장 기술도 개발했다. 강원도도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직거래 장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서현택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춘천은 지역 특성상 아스파라거스 재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대단위 농가를 중심으로 반촉성(작물의 수확시기를 앞당겨 재배하는 방법) 시설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춘천=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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