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5대 1 화법

입력
2022.07.15 18:00
22면
구독

대통령 주도 대화, 다른 의견 기회 줄어
지지율 붕괴 속 대통령 사람들마저 불신
검찰서 대안 찾기보다 위기 리더십 필요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 32%, 부정평가는 53%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6월 둘째 주(53%)부터 이번 주(32%)까지 매주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부정률은 33%에서 53%로 20%포인트 상승했다. 뉴시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 32%, 부정평가는 53%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6월 둘째 주(53%)부터 이번 주(32%)까지 매주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부정률은 33%에서 53%로 20%포인트 상승했다. 뉴시스

5대 1 법칙이라고 한다. 50분 말하고 10분 듣는 것인데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의 대화법이다. 5대 1 대화법을 전하는 이들은 대통령이 잘 아는 측근과 지인들이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에 호출되는 인사도, 대통령이 필요할 때 찾는다는 인사도 같은 말을 했다. 대통령을 잘 모르던 인사마저 허심탄회한 토론을 하자더니 본인 이야기만 한다는 걸 보면 5대 1 법칙은 몸에 밴 스타일 같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스타일이 바뀌려면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내려와야 할 것 같다는 데 있다. 한 인사는 30%대로 떨어진 지지율이 25%란 숫자를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은 대선국면에서 보여준 것처럼 위기일수록 기민하게 움직이고 대처하는 게 특기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는 그런 판단을 잘 하지 않아 더 내려가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 출신의 다른 인사는 이를 대통령 특유의 철학과 고집이란 두 단어로 잘라 말했다.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하는 게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통령이 주도하면 다른 의견은 묻히게 되고 결론은 대통령 뜻대로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훌륭한’ 장관들의 말을 들을 기회인 업무보고가 대통령과 독대로 진행되는 게 아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통 큰 리더십, 형님 리더십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을 놓고 독단적이란 대통령 스타일이 지적된 것은 이런 모습의 연장선에 있다.

대통령 주변에 편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나이가 한참 위인 한덕수 총리를 빼면 주변 대부분은 대통령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검찰 시절 부하, 후배, 지인들인 데다 특별히 끈끈한 관계여서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사람이 거의 없다. 검찰 후배인 한동훈 법무 장관,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정도가 직언할 측근으로 꼽히긴 하나 그들의 역할 확대는 사정정국의 유혹을 키울까 두렵다.

사실 검찰 출신이 아니었으면 윤핵관 모피아 세상이었을 것이란 말도 권력 내부에선 나온다. 검찰은 일어난 사건을 처리하는 데는 익숙할지 모르나 정치는 주어진 문제풀이가 아니다. “배신하지 않는 친구가 어디에 있느냐. 원래 사람은 다 배신하는 거다. 그걸 감안하고 적재를 적소에 쓰는 게 중요하다.” 지도자의 포용력을 말할 때 최근 회자되는 모 재벌 회장의 용인술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은 국민이 밀어주는 힘이 약한 것이고 국정 동력이 낮으면 일을 해내기 어렵다. 나중에 약이 되고, 잘하면 박수가 두 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이 위안이 될 수는 없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지지자들의 입부터 열려 내부 총질, 우국충정 논란을 삼는 걸 봐도 그렇다.

우려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사람들마저 불신받는 일이다. 주 52시간 근무의 유연화를 말했다가 대통령에게 부인당한 이후 노동부 장관이 주어가 된 뉴스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의 당분간 취소를 알렸으나 하루 만에 대통령의 돌연 재개로 말의 신뢰를 잃었다. 정책적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판단한 관가는 복지부동하고, 눈치 빠른 재계는 정권교체 후 관행인 솎아내기 인사를 멈췄다고 한다.

대통령을 지켜줄 팬덤마저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가 있는 대통령으로선 갈수록 믿을 건 국민 지지뿐이다. 그렇다고 강성 보수층에 기대거나 죽은 권력에 칼 대기는 과거 정권 닮기를 반복하는 일이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가 이안 브레머는 최근 ‘골디락스 위기’란 말을 꺼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시스템과 리더십을 재건하면 고통스럽지만 변화를 일으킬 희망이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이다. 다행인 건 윤 대통령의 위기가 아직은 이런 골디락스의 시간에 있는 점이다.

이태규 논설위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