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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와" 배수로 갇힌 형제 부르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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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 배수로에 강아지 두 마리가 갇혔어요. 불쌍해서 주민들이 며칠간 밥을 챙겨줬는데 스스로는 못 나올 것 같아요."
경기 화성시 매송면 주민 A씨
3월 31일 동물구조단체 위액트는 한 시민으로부터 다급한 구조 요청을 받았다. 경기 화성시 매송면의 십자형 배수로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강아지 2마리가 갇혔는데 사람이 접근하면 안으로 숨어들어 구조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농업용수를 개방하면 강아지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시민으로부터 현장 사진을 받았지만 배수로 깊이나 크기를 가늠할 수는 없었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를 포함한 활동가들은 다음 날 배수로로 향했다.
4월 1일 오후 2시 30분, 활동가들은 배수로 입구 밖으로 나온 강아지 2마리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사람을 보자마자 구멍 안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더욱이 배수로 구멍은 지름이 40㎝ 정도로 좁은 데다 십자 구조였기 때문에 한쪽을 막고 반대 방향으로 강아지들을 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활동가들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캔 사료를 이용해 강아지들이 스스로 배수로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뒤 포획을 시도하기로 했다. 반대편 출구는 활동가가 지켰다. 강아지들은 사료를 먹으러 배수로 입구까지 나왔지만 활동가들이 포획을 시도하면 바로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이 같은 상황이 수차례 반복됐다.
시간이 흐르자 배가 고픈 강아지들은 배수로 밖으로 나와 밥을 먹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은 배수로로 내려가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려던 강아지 한 마리의 엉덩이를 가까스로 잡았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강아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구조를 위해서는 강제로 잡아채 들어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함 대표는 "워낙 겁이 많은 애들인데 한 마리만 구조하면 이 과정을 지켜본 나머지 강아지가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며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쯤 지나자 한 마리가 먼저 나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 엉덩이를 잡혔던 강아지였다. 배수로 바로 위에서 숨죽이며 대기하던 활동가들은 맨발로 조심조심 다가가 강아지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활동가들은 다른 강아지를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구조한 강아지를 이동장 안에 넣고 배수로 입구에 두었다. 하지만 강아지는 고래고래 짖어댔고 활동가들은 배수로 안에 있는 강아지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배수로 입구에 휴대폰 카메라를 설치하고, 남은 강아지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저녁 7시, 활동가들은 카메라를 통해 남은 강아지가 배수로 밖으로 나와 길을 따라 뛰는 걸 확인했다. 30m가량 쫓아간 끝에 활동가들은 강아지를 구조할 수 있었다. 강아지는 안아주자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그렇게 강아지 2마리는 위액트의 보호소에 들어왔다.
강아지들은 태어난 지 2~3개월로 추정되는 형제였다. 활동가들은 구조 당시 두려움에 배수로 속에 몸을 구기며 앉아 있는 모습이 비지떡 같아 비지떡 원, 비지떡 투로 부르기 시작했고, 이름은 각각 비원, 비투가 됐다.
강아지들은 어떻게 배수로에 갇히게 됐을까. 함 대표는 "며칠 전 배수로 옆 흰색 차량 문이 열린 뒤 강아지 소리를 들은 주민들이 있다"며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는 걸 아는 사람이 일부러 버린 것 같다"고 추정했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건 범죄다. 동물보호법 제46조 4항에 따라 3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CCTV가 없는 곳에 작정하고 버리는 경우 동물 유기자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5월 말 입양을 앞두고 있던 비원, 비투에게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겼다. 보호소에 홍역이 돌면서 두 마리 모두 홍역에 걸렸다. 다행히 비투는 건강을 회복했지만 비원은 후유증으로 제대로 먹지도 못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활동가들의 집중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함 대표는 "비원의 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꼭 평생 가족을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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