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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장제원의 형제애

입력
2022.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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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장제원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장제원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징계로 자리를 비우며 ‘윤핵관’인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과 장제원 의원 사이의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권 직무대행은 6개월 후 대표 복귀가 가능한 직무대행 체제를, 장 의원은 비대위 또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균열이 가시화했다. 장 의원은 10일 윤 대통령과 윤핵관 의원들의 만찬, 11일 의원총회에 불참했고 앞서 8일에는 지지자들인 산악회원 1,100여 명과 함께 모임을 갖고 세를 과시했다.

□ 당사자들은 15일 점심 약속을 공개하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권 직무대행은 14일 기자들에게 “장 의원과 잘 지내고 있다. 언론이 갈등을 몰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형은 영원한 형인 것처럼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라고도 했다. 6월 초 친윤 의원들이 민들레 모임을 결성할 때 권 직무대행이 제동을 걸자 장 의원이 반발하다가 민들레 불참을 선언하며 “성동이 형과 갈등은 없을 것. 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라고 했는데, 그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 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을 생각하면 갈등을 서둘러 무마하는 행보가 이해는 간다. 민생을 외면한 채 권력다툼에만 여념이 없어 보이는 여당은 분명 문제이고 실망을 자아낸다. 하지만 형제애를 내걸어 갈등과 이견을 수습하는 태도는 씁쓸하다. 우리 사회에선 흔히 의리, 충성심, 형제애가 미덕으로 꼽힌다. 하지만 권력비리로 수차례 수감되면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호하던 ‘장세동식 의리’라면 그것은 조폭의 의리이며, 버려야 할 전근대의 미덕일 뿐이다.

□ 국민의힘이 당대표의 비위 의혹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당 리더십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를 놓고 갈등한다면 낫겠다. 시끄러워도 국민들이 이해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의는 없이 형제애를 내세워 갈등을 부정하는 식이라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형제가 아니어서 징계를 받게 내버려 뒀다는 것인지, 형제니까 싸우지 않고 우리끼리 권력을 나눠 먹겠다는 뜻인지, 국민은 언제까지 패밀리의 정치를 봐야 하는지.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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