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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500㎞ 북상... 최북단 화천까지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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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최북단 강원 화천군이 바나나 재배 도전에 나섰다. 겨울이면 시베리아 못지 않게 춥다고 해서 '제베리아'라고 불리는 충북 제천시도 조만간 망고 재배 시험에 들어간다.
기후변화와 농업기술 진화가 맞물려 한반도 열대작물 재배 한계선이 북상 중이다. 열대과일의 대표격인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물론 이름도 생소한 패션푸르트와 오크라 등이 충청을 넘어 강원에서 출하될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화천군은 14일 "상서면 신풍리 농업기술센터에 과학영농 실증시험장을 운영해 아열대 작물 시범 재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천군은 6,000여㎡(1만8,150평) 부지에 스마트팜 기술을 이용해 열대과일인 바나나와 체리, 파인애플 등을 재배할 예정이다. 군의 계획이 성공하면, 제주와 전남 등 남부지역에서 재배하던 바나나 산지가 500㎞ 이상 북상하게 된다. 열대작물 시범 재배에 대해 최문순 화천군수는 "온난화로 매년 과일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어 새로운 농가 소득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작물 재배 연구를 위해 교육장까지 마련한 삼척시도 지난달 처음으로 바나나 시범 재배에 성공했다.
열대작물 재배 지역은 이미 충청권까지 북상했다. 충남에선 2019년 태안군 농장에서 바나나와 파파야를, 보령시에선 아프리카와 중남미가 원산지인 커피 원두 생산에 성공했다. 당진시와 서산시, 금산군 등의 농지에선 바나나와 파파야는 물론 천연 자양강장제로 불리는 오크라와 여주 등 채소류까지 재배영역을 넓히고 있다.
충북에서는 제천시가 망고와 바나나, 파인애플 등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 온실(2,000㎡)을 조성한다. 분지 지형으로 겨울이면 한파가 몰아치는 제천은 충북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4년 전부터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해 천혜향과 레드향 등 만감류(수확시기가 늦은 감귤류) 재배에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더 큰 도전에 나섰다.
영남과 호남 등 남부지방에선 열대작물이 이미 농가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경북에선 147개 농가가 축구장 59개 크기인 42㏊ 면적에서 열대작물을 재배한다. 이 중 황금향과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등 만감류가 24㏊를 차지하고, 애플망고와 패션프루트, 용과 등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재배 기술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최근 경북 칠곡군 농장에선 보일러 대신 보온덮개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무가온' 방식으로 황금향을 수확하는데 성공했다. 경북도는 올해 45억 원을 들여 아열대작물 전문재배단지(3㏊)를 마련하는 등 도 차원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 산청군은 애플망고에 주목했다. 군 관계자는 "운송과 검역 단계에서 과육이 물러지는 수입산의 단점을 보완했다"며 "애플망고 가격은 1㎏당 3만~4만 원대로 높은 편이라, 농가는 물론 귀농 희망자의 관심도 높다"고 설명했다.
전남 고흥군과 순천시 등에서는 스페인과 그리스 등 남부 유럽을 대표하는 올리브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배하고 있다. 장흥군과 해남군에서 출하하는 파파야와 바나나는 농가 주요 소득원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맛이 뛰어나다고 입소문을 탄 해남 바나나는 수도권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다. 2020년 국립아열대작물 실증센터를 유치한 장성군은 최근에는 레몬 특화 재배단지까지 조성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동으로 자연스럽게 작목이 대체되는 상황에서, 재배기술까지 더해져 열대과일 재배면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혜종 강원도농업기술원 교육공보팀장은 “최근 개발한 스마트팜 농장을 통해 생장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 등 생육조건을 맞출 수 있다"며 "국내 환경에 맞는 품종개량이 뒷받침된다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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