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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통 월급쟁이' 임금 29% 오를 때 소득세 42% 뛰었다

입력
2022.07.15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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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2010~2020년 근소세 현황' 분석]
5년 만에 7조 더 걷어, 1인당 21만 원↑
정부, 15년째 요지부동 과표 상향 착수

한국일보가 국세통계연보상 '2010~2020년 근로소득세 납부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세표준 8,800만 원 이하인 중·저소득층 직장인의 1인당 근소세는 2015년 180만 원에서 2020년 201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15년째 과표가 묶인 영향이 적지 않다.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일보가 국세통계연보상 '2010~2020년 근로소득세 납부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세표준 8,800만 원 이하인 중·저소득층 직장인의 1인당 근소세는 2015년 180만 원에서 2020년 201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15년째 과표가 묶인 영향이 적지 않다.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보통 월급쟁이'로부터 걷은 1인당 세금이 5년 만에 21만 원 늘었다. 월급은 29% 늘어난 반면 소득세가 42% 증가한 탓이다. 전체 증가액은 7조 원에 달한다. 사실상 직장인 증세를 일으킨 주범은 10년 넘게 묶인 과세표준(과표)이다. 현행 중·저소득층 근로소득세(근소세) 과표 구간인 △1,200만 원 이하(세율 8%) △4,600만 원 이하(15%) △8,800만 원 이하(24%)는 2008년에 틀이 잡혔다.

15년째 '요지부동 과표'는 명목임금이 올라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과표 구간에 진입하면 기계적으로 세금을 더 걷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실질임금이 찔끔 올라 사는 형편은 예년과 비슷한 직장인도 세금을 갈수록 많이 내는 것이다.

이는 한국일보가 14일 국세통계연보를 활용해 분석한 '2010~2020년 근소세 납부 현황'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과표 8,800만 원 이하 중·저소득 직장인의 1인당 연간 근소세(결정세액 기준)는 2015년 180만 원에서 2020년 201만 원으로 21만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저소득 직장인이 281만 명 늘어난 요인을 제거한 셈법으로 그만큼 세 부담은 커졌다. 2020년 1인당 근소세는 2010년 115만 원에 비교하면 86만 원 올랐다. 중·저소득 직장인 증가를 반영한 전체 근소세 수입은 2020년 23조6,090억 원으로 2015년 대비 약 7조 원 늘었다.

물론 근소세 증가 원인으로 물가 상승률 정도로 오르는 임금 인상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낡은 소득세 과표도 한몫했다. 2020년 중·저소득 직장인이 낸 전체 근소세는 2015년보다 42.1% 뛴 반면 총 급여는 28.9%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0년과 비교해도 근소세 증가율 124.3%는 총 급여 증가율 95.9%를 웃돈다.

임금보다 세금이 더 빠르게 늘어난 건데 과표 1,200만 원, 4,600만 원 선을 넘어 기존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은 중·저소득 직장인이 많아져서 발생한 현상이다. 세금 증가폭이 임금 인상폭을 앞지른 결과, 중·저소득층 직장인 근소세를 총급여로 나눈 실효세율 역시 2010년 3.22%, 2015년 3.34%, 2020년 3.68%로 높아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만약 소득세 과표가 물가만큼 올랐다면 직장인 세금은 기존 세율을 유지해 임금과 비슷한 속도로 증가하고 실효세율 역시 일정했을 것"이라며 "현 소득세 과표는 직장인 세 부담을 키우고 있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기획재정부에 "중산층 세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기재부는 21일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소득세 과표 상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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