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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마주 보며 인터뷰해요”… 탕웨이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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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들이 잘 아는 배우의 덜 알려진 면모와 연기 세계를 주관적인 시선으로 전합니다.
해외 영화인을 만나면 아쉬울 때가 많다. 통역사가 끼었을 때 내가 누구와 만나 대화를 나눴나 의문이 들어서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묻고 답하기보다 통역사를 바라보며 말하다 보면 제대로 소통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느 할리우드 거물과 만났을 때는 벽과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로 질문이 있을 때, 통역사가 한국어로 답변을 옮길 때마다 아예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가의 면모로 보였다기보다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여겨졌다.
2011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홍콩 영화 ‘무협’으로 탕웨이를 만났을 때는 달랐다. 그는 인터뷰를 하기 전 관계자를 통해 당부 하나를 했다. 한국어로 질문할 때도, 중국어로 답변을 할 때도 서로 눈을 마주 봤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상대의 눈을 보며 대화를 제대로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인터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꽤 심도 있게 질의 응답을 했다는 착각이 들었다. 뭐든 진심을 다하는 듯한 탕웨이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그날 이전에도, 이후에도 눈을 마주하며 인터뷰를 하자고 말한 외국 배우나 감독은 아무도 없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며 11년 전 탕웨이의 눈을 떠올렸다. ‘헤어질 결심’은 눈이 주요한 표현수단으로 사용되고, 탕웨이의 눈빛 연기가 큰 몫을 하는 작품이라 더 그랬다.
‘헤어질 결심’은 다양한 방식으로 눈(시선)을 활용한다. 산에서 추락사한, 서래(탕웨이)의 남편 기도수(유승목)의 눈으로 형사 해준(박해일)과 수완(고경표)을 바라보는 장면, 해준이 잠복수사를 빙자해 쌍안경(해준의 또 다른 눈이다)으로 서래를 훔쳐 보는 모습, 전통시장 어물전 생선의 눈을 통해서 보는 서래와 해준의 재회 장면 등이 사랑(을 포함한 세상사)의 다면성을 표현한다.
탕웨이가 연기한 서래는 중국에서 온 여인이다. 모계로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다고 하나 한국에 와서야 한국어를 배웠다. 서래의 한국어는 서툴고, 대다수 한국 관객은 중국어를 잘 모르니 서래의 눈빛에서 감정과 생각을 더 읽으려 하기 마련이다.
탕웨이의 호연은 관객의 수고를 덜어준다. 형사들 앞에서 남편의 시신을 마주했을 때 서래의 눈빛은 너무 차분해서 의심을 살 만하다. 해준이 칼을 든 용의자를 맨손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호감과 흥미가 섞인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둘 사이가 보다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진전될 것을 예감한다. 서래가 집에서 홀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해준을 떠올리는 장면은 어떤가. 설렘과 기대와 관능이 눈에 스미며 묘한 긴장을 자아낸다.
탕웨이를 세상에 널리 알린 영화는 ‘색, 계’(2007)다. 해외 매체에선 탕웨이를 언급할 때 아직도 ‘색, 계’를 소환한다. 남편이 될 김태용 감독과 호흡을 맞춘 ‘만추’(2011), 쉬안화(허안화) 감독의 수작 ‘황금시대’(2014) 역시 탕웨이의 이름을 드높이긴 했어도 말이다. ‘색, 계’가 화제에 오르면 사람들은 지독하게 찍어낸 침실 장면들을 말하길 좋아한다. 나는 영화 막바지 주인공 왕치아즈(탕웨이)가 인력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을 떠올리고는 한다. 제거하려던 친일파 거물과 사랑에 빠져 동료를 배신한 왕치아즈는 일본 경찰에 곧 체포될 걸 예감하며 인력거에 오른다. 인력거를 끄는 자전거에 달린 바람개비가 무심하게 돌아간다. 이를 바라보는 왕치아즈의 눈빛은 체념으로 평온하다. 서래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왕치아즈의 최후를 떠올렸다.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 출연을 준비하며 한국어를 기초문법부터 하나하나 배웠다고 한다.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라고 그는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말했으나 믿기지 않았다. 2014년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후 8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 드라마를 교재 삼아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서래의 처지를 겪어보고 싶었을 거라고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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