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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북한 주민 23명은 강제 북송 안 했다... '탈북어민'은 왜?

입력
2022.07.14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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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차이로 비보호 탈북민과 운명 갈려
3년 전 북송에 자의적 판단·과잉 대응 지적
이중적·모호한 법 한계도… 절차 개선은 아직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북한 어민의 모습.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북한 어민의 모습. 통일부 제공

'중범죄'를 저지르고 남으로 내려온 북한 주민 23명이 강제 북송을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2019년 11월 북한 어민 2명은 떠넘겨지듯 다시 북으로 끌려갔다. 형평성은 물론 정부의 오락가락 기준이 지적받을 대목이다. 탈북민이 3만 명을 훌쩍 넘은 상황에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13일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해 귀순한 북한 주민 가운데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 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이달 1일 기준 23명에 달한다. 강제 북송 어민 2명의 범죄 혐의에 비해 결코 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다.

정부는 이들을 '비보호' 탈북민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상 귀순을 인정하지만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 때문에 교육, 취업, 주거지원 대상에서 빠진 경우다. 이들 중범죄자를 포함해 △위장 탈북 혐의가 있거나 △국내 입국 후 3년이 지나 보호를 신청한 경우 등 전체 비보호 탈북민은 322명으로 집계됐다.

'진정성'이 운명 갈라… 자의적 판단 지적

반면 북한 어민 2명은 강제 북송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는 앞서 23명과 다른 점으로 '귀순 진정성'을 들었다. 귀순이 인정되지 않아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적용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건 직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중범죄자 출신 비보호 탈북민은 왜 추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귀순 의사가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북송 어민들에 대해선 "귀순 관련 진술과 행동의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통일부는 국회 보고자료에서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며 북한 자강도로 도주하기로 했다가 공범 1명이 북한 당국에 체포된 뒤 해상으로 도주한 점 △남하 중 우리 해군에 발견된 뒤에도 이틀간 귀순 의사 표시 없이 도주한 점 등을 강조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 대변인은 2019년 당시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정부 조치와 관련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 받게 될 여러 피해를 생각한다면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 대변인은 2019년 당시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정부 조치와 관련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 받게 될 여러 피해를 생각한다면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그럼에도 정부가 북한 주민을 강제 추방한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의문은 남는다. 정부가 당시 귀순 진정성과 별개로 이들의 강제 북송 이유로 먼저 꼽은 것은 '(남측)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개연성을 차단하려 했다'는 점이다. 16명을 집단 살해한 잔혹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이 중범죄자로 낙인 찍힌 비보호 탈북민 23명보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더 위협적이라고 보는 것은 자의적 판단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처럼 기준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해빙을 위해 탈북 어민들의 위험성을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극형이 뻔한데도 북송 결정을 내린 건 지나친 처사로 비칠 법하다. '고문 위협이 있는 국가로의 범죄 혐의자 송환'을 금지한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중적·모호한 법 한계도… 절차 개선은 아직

법과 현실의 괴리가 이 같은 논란을 부추긴 측면이 적지 않다. 헌법상 한반도 영토에 사는 북한 주민들도 모두 한국 국민이다. 법리상 국가는 이들을 보호하고 반대로 처벌할 수도 있다.

반면 북한 주민이 탈북 전에 지은 죄를 남한에서 수사·재판·처벌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증거가 대부분 북한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귀순을 인정하되 처벌도, 정착 지원도 하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가 '비보호 탈북민'이라는 법 적용의 회색지대를 방치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일부는 강제 북송 사건 직후 △흉악범죄의 기준 △귀순의사의 객관성 확보 △남북 간 형사사법공조 등과 관련해 법·제도 보완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 그 사이 북한 어민들의 '귀순 진정성'이라는 자의적 판단을 놓고 전·현 정부가 볼썽사납게 충돌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형식적 귀순 의사 표명만으로 모두 받아들이면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객관적이고 투명한 판단 절차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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