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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재건비용 1000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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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 40여 개국이 모였던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총 7,500억 달러(약 975조 원)의 재건비용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최대 1조 유로(1,300조 원)를 예상하기도 하는데, 전쟁이 길어지면 이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이라크 재건비용(2,000억~3,000억 달러), 2차대전 후 마셜플랜 규모(현재가치 약 2,000억 달러) 등과 비교해도 엄청난 금액이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약 680조 원)의 1.5~2배나 된다.
□ 우크라이나는 이 돈으로 ‘한강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실제 의회가 전후 한국의 성장을 롤모델로 언급하기도 했다. 핵심은 디지털 국가다. 서방 빅테크의 도움을 받아 모든 정부 업무와 화폐, 교육, 보건서비스까지 디지털화하고 인공지능(AI) 사법시스템으로 용의자의 재범위험까지 가리는 게 목표다. 수도 키이우 재건 지원은 영국에, 제2도시 하르키우는 튀르키예에 맡기는 등의 지역 배분도 한다. 서방은 민간 참여와 투명성을 전제로 내걸었다. 고질적인 우크라이나 정경 유착 관행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 문제는 재원이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은 적어도 3,000억 달러 정도는 현재 동결돼 있는 러시아 정부나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해외자산을 몰수해 쓰자고 주장한다. 반면 전 세계 부호의 비밀금고 역할을 하는 스위스는 “소유권과 재산권은 기본권이자 인권”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미국도 “중앙은행 자산 몰수는 미국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일이 아니다”(재닛 옐런 재무장관)라며 미묘한 태도다. 자칫 세계 최대 자산시장의 위상이 흠집 날까 우려하는 것이다.
□ 전쟁은 역설적으로 최고의 경기회복 수단이었다. 포화를 피한 나라에는 부실을 도려내고 재건 특수로 경제를 살리는 구세주였다. 선진국들이 우크라이나 재건에 관심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증시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주’가 주기적으로 들썩일 정도다. 다만 낙관은 금물이다. 재건에 수십 년이 걸릴 거란 비관론도 있다. 러시아, 중국 등의 저항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건 진영 내의 동상이몽부터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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