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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대체입법안 '극과 극'… "실질 차이 적다" 지적도

입력
2022.07.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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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성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 있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임신중절 규제는 모자보건법에 허용 한계, 형법에 처벌 규정을 두는 방식이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대체 입법을 조건으로 형법상 낙태죄 조항을 무효화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 개정 논의도 이들 2개 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엔 정부 및 의원 5개 그룹이 각각 발의한 형법·모자개정법 동시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여성계, 의료계, 종교계 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인지라 '묶음 법안' 6건도 방향 차이가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박주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들은 대동소이하다. 형법에선 모두 낙태죄 처벌 조항(269, 270조)을 없애 여성계의 '낙태 전면 비범죄화' 요청에 부응했다. 모자보건법엔 △여성의 임신중단 자기결정권 보장 △생식 관련 정부의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책임을 규정하는 조항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이와 별도로 일부 여성단체가 요구해온 '성과 재생산 건강 보장 기본법'(가칭) 제정안도 곧 발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출산, 피임·임신중절과 관련해 국가가 여성 권리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내용이 법안 골자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조해진·서정숙 의원 대표 발의안은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임신 주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중절 허용 요건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해진 안은 △임신 6주까지는 제약 없이 △7~10주엔 근친 간 임신이거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 △11~20주엔 임신부 건강 위험, 성범죄로 인한 임신일 때 중절이 가능하다. 서정숙 안은 △성범죄로 인한 임신 또는 사회·경제적 곤란은 임신 10주 이내에 △임신부 생명이 위태롭다면 기간 제한 없이 중절을 허용한다. 산부인과 단체들이 앞서 제시한 '단계적 중절 제한' 방안의 틀을 따랐지만 기준은 보다 엄격하다.

산부인과 단체 안은 임신 10주까지 본인이 요청하면 중절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그 이후부턴 각종 태아 검사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인 만큼 '선별 낙태'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11~22주엔 의학적,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중절을 허용하되 22주 이후엔 원칙적으로 중절을 금지한다. 태아가 모체에서 분리됐을 때 생존이 가능한 시기를 감안한 것이다.

정부안은 절충적이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은 낙태 처벌 조항을 그대로 두되 임신 24주까지 중절을 허용한다. △14주까지는 본인 의사만으로 가능하고 △15~24주엔 성범죄나 근친 간 임신, 임부 건강 위험, 사회·경제적 사유에 한한다. 모자보건법에 있던 허용 사유를 형법으로 일원화하되, 사유 가운데 우생학·유전학적 질환은 빼고 사회·경제적 사정은 포함했다. 다만 사회·경제적 이유로 임신을 중단할 땐 상담 및 숙려 시간을 거치도록 했다. 상담기관 설치·운영 근거는 보건복지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담겼다. 법안엔 △수술 외 약물 투여 시술 허용 △미성년 임신부의 보호자 동의 대체 절차 마련 △의사의 진료 거부 인정(응급환자는 예외) 등이 포함됐다.

임신중절 결정가능기간을 충분히 설정하는 법안이라면, 낙태죄를 유지하더라도 사실상 낙태 비범죄화와 다름없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중절의 99%가 임신 24주 이내에 이뤄졌다. 양홍석 변호사는 "중절 가능 기간을 임신 22~24주로 설정하고 사회·경제적 사유를 통해 여성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면 낙태 처벌은 실질적으로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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