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97 '양박'... 박주민 "이재명과 즐겁게 경쟁하겠다"

"이재명, 국민과 이야기하면서 평가받는 것도 좋아"
"두 번의 선거 패배, 특정인 잘못 아니다"
박용진은 '어대명' 때리기 계속 "명분 부족, 염치없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내 '세대교체론'의 바람을 타고 일명 '97세대' 정치인들이 대거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개개인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특히 '양박'이라고 불리는 박주민 의원은 박용진 의원과 정반대로 이재명 의원의 출마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이 출마하면 엄청난 강적이겠지만, 부담감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경쟁하려 한다"고 말했다. 출마 자체에 대해서도 "국민과 함께 이야기하고 평가를 받으시는 것도 좋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패배한 원인을 이재명 의원에게만 물을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선과 대선의 패배는 우리가 의석을 많이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해냈던 그 과정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걸 특정인의 잘못으로 다 돌리는 것은 왜 우리가 그동안 그런 일들을 못한 것인가를 오히려 가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점부터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하면서 '97세대' 후보자들 가운데서는 '친명계'로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문재인 대통령님이 저를 영입하셨고, 그 이후에 의정활동을 하다가 경선 때부터 이재명 의원님을 도왔다"면서 "친문이다, 친명이다로 칭해지기보다는 제가 활동해 왔던 모습을 보고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의원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이재명 의원에게 카리스마 있는 모습,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저는 오히려 당원과 정치인을 섬기고 힘을 합쳐 민주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한호 기자

반면 박주민 의원과 '양박'으로 묶이고 있는 박용진 의원은 이재명 의원 대세론, 이른바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어대명)'을 연일 때리면서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 의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다시 또 지휘권을 잡아볼란다 하고 나온다는 게 명분상으로도 부족하고 염치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두 번 선거에서의 패배를 한 장수가 다음 선거는, 다음 전쟁은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하고 믿음을 주게 하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체념 속에 갇혀 있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뭔가 이렇게 자기의 혁신 내용 이런 걸 내놔야 저도 경쟁자로서 이러저러한 논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