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저격수 된 박지현 "가장 큰 책임은 계양을 공천...방탄용으로 출마"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계양을 출마는 방탄용...전당대회 출마 이유도 같아"
"2년 후 총선 도전할 것...전대대회 후엔 책 집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영입 인재'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돌아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공천한 게 가장 큰 책임이라고 말했다. 8월 전당대회 출마 요청에 '선거 패배에 책임져야 한다'는 당내 반대의견을 맞받은 셈인데,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정치보복 수사를 막기 위한 이른바 '방탄용 출마'를 한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 YTN '이슈인사이드'에 출연해 "지방선거 전부터 개혁과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당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개혁과 쇄신을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책임을 지는 방식이겠다 판단해서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인사가 전당대회에 나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물론 저도 책임이 있다. 이재명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공천을 한 것이 가장 큰 책임"이라고 받아쳤다. 특히 "(대선)후보였던 분을 차마 말릴 수 없었던 것, 그것이 아직까지도 많은 아쉬움이 남고 후회가 되는 부분"이라며 "출마를 허용한, 지금까지 나와 있는 분들(전당대회 출마의사를 밝힌 인사들)도 다 책임의 소지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선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을 막기 위해 방탄용의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려는 이유도 비슷한 거라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최근 신당 창당 제안받았지만 거절한 상태"

YTN 유튜브 캡처

박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로부터 전당대회 출마를 저지당한 후 정치권 인사로부터 신당 창당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최근에 만난 당외에 있는 분께서 그렇게 꼭 민주당 안에서 욕을 먹으면서 있어야 하냐. 민주당 밖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창당을 하려고 하는데 같이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주시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분이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 일단 거절을 한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박 전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으로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의원이 영입했다. 이런 인연으로 당초 친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지난 2일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로는 유력 당권 주자인 이 의원에게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박 전 위원장은 당적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전당대회 출마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6개월 이상 당원을 유지해야 당헌·당규상의 '당대표 피선거권'을 갖는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은 후보 등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저에 대한 예외 적용을) 당무회의 정식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계속해서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저는 이 자체(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하는 것)가 기득권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계속 도전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정치인이 당내 주류 세력과 충돌을 빚는다는 점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자신이 비교되는 것을 두고는 "이준석 대표가 나이는 청년이지만 기성 정치인들과 뭐가 다른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는 지점이 있다"며 "타협과 협치의 정치가 아니라 계속해서 갈라치기 정치를 하고 누군가를 굉장히 혐오하게 하는 그런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그런 모습들이 저와는 닮아 있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당대회 출마가 끝내 좌절될 경우 2년 후 총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 전 위원장은 "결국 정치를 하려면 국회에 들어가야 된다라고 주변에서 많이 말씀해 주신다"며 "(총선에) 도전을 해볼 의향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가 좌절된다면 우선 "써 놓은 책을 다듬으면서 집필을 조금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