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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경찰 불법체포 문제 삼아 풀어준 태국인 마약총책 재구속 논란

입력
2022.07.14 11:00
수정
2022.07.14 13: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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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체포과정 경찰관 폭행 확인"
경찰서 검거한 태국인 3명 모두 풀어줘
형사 5명 독직폭행 혐의 기소했지만....
대전지검, 석방 태국인 총책 구속 논란
위법 집행 간주 경찰 조사로 범인 파악
경찰 반발… 검찰은 "사건 성격 달라"

대구지방검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구지방검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경찰의 독직폭행과 불법체포를 문제 삼아 석방한 태국인 마약총책을 구속,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했던 내용과는 다른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지만, 경찰이 마약총책을 조사했을 때 얻은 정보로 피의자 신원을 파악해 구속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은 지난 5일 대구지검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가 경찰의 불법체포를 이유로 석방한 태국인 A(27)씨를 다시 구속했다. 불법체류자였던 A씨는 국내 마약판매 조직 총책으로, 지난 5월 25일 경남 김해의 한 모텔에서 또 다른 불법체류 태국인 2명과 다량의 마약을 소지하고 흡입하던 중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을 급습한 대구강북경찰서 형사들에게 체포됐다.

검거 당시 A씨 등이 소지한 마약은 필로폰 113g, 필로폰과 카페인 등을 섞은 합성마약인 야바가 1,156정으로, 4000명이 동시 투약하거나 흡입할 수 있는 양이었다.

대구지검은 그러나 경찰이 A씨 등을 체포했던 모텔로 수사관을 보내 검거 당시 모습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했다. 검찰은 CCTV를 근거로 “경찰이 A씨를 검거하면서 폭행하고, 영장도 없이 불법수색으로 마약을 확보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3명 모두 석방한 뒤 출입국사무소로 인계했다. 검찰은 지난 1일 3명 모두 ‘혐의 없음’ 처분하고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가한 혐의(독직폭행 등)로 경찰관 5명을 기소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태국인의 머리와 몸통을 수차례 짓밟는 등 이번 사건은 마약 판매 혐의를 받는 외국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반인권적 범죄를 밝힌 사례”라며 “불법체류자라고 해도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태국인 3명 중 2명은 추방됐지만 A씨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고 나흘 뒤인 지난 5일 마약 밀수 혐의로 대전지검에 구속됐다. 대전지검은 밀수로 유입된 마약 주인이 A씨라는 사실을 경찰 조사 때 나온 A씨의 자백으로 파악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경찰을 통해 A씨의 인적 사항 등을 알게 됐고 마약을 밀수한 범인을 A씨로 특정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강북경찰서가 (검찰에) 밀수 사건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지, 경찰에서 알려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공범을 이미 구속한 상태였고, 차량 등 관련 증거물을 갖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경찰의 불법체포로 A씨가 ‘혐의 없음’을 받은 사건은 마약 소지와 판매 혐의였고, 이번에는 마약 밀수 혐의로 구속했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A씨를 구속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은 반발하고 있다. 대구강북경찰서 관계자는 “경찰들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며 태국인을 석방시킨 뒤 경찰관을 기소해 망신을 주더니, 검찰은 경찰에서 얻은 정보로 수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희석 대구 강북경찰서장도 지난 7일 경찰 내부망 ‘폴넷’을 통해 “검찰은 경찰이 불법 체포했다고 하지만, 당시 태국인 3명 모두 마약을 투약한 상태라 도주와 자해를 방지하고 경찰관이 공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력 행사였다”며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혼신을 다한 열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당당하게 사법부 판단을 받겠다”는 글을 올렸다.

독직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강북경찰서 경찰관 5명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9일 대구지법에서 열린다.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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