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최저위도 유빙의 위기

입력
2022.07.1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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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시레토코의 유빙

오호츠크해의 유빙 위를 걷는 관광객들. japan.travel/ko/kr

오호츠크해의 유빙 위를 걷는 관광객들. japan.travel/ko/kr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겨울은 눈 축제로 흥성하지만 최북단 시레토코의 겨울을 빛나게 하는 것은 얼음, 특히 오호츠크해를 가득 덮는 유빙(流氷)이다. 시레토코는 북반구에서 유빙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위도가 낮은 지역이다. 러시아 극동 아무르강의 담수 얼음이 찬 염수 바다를 1,000km나 녹지 않고 떠내려 올 수 있는 것은 아비시리 등 시레토코 동부해안 바닷물의 담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와 온난해류의 유입을 차단해주는 반도의 장벽 덕도 있다.

메이지 시대 이래 일본 1급 정치범들의 유배지 겸 수용소(아비시리 형무소)로 이용되던 얼음 반도는 유빙 덕에 눈축제보다 더 격렬한 겨울을 원하는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다. 드라이 슈트를 입고 유빙 위를 걷다가 바다 표면의 얼음물 속에 몸을 담그는 ‘유빙 산책’이 특히 유명하다.

유빙은 볼거리, 즐길거리일 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광합성에 필요한 충분한 빛과 풍부한 식물성 플랑크톤을 공급해 작은 갑각류에서부터 어류, 멸종 위기종인 점박이물범, 큰바다사자, 향고래, 범고래 등 해양 먹이사슬을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1964년 시레토코 반도의 화산지대 등 육지 3만8,600여 ha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가 2005년 7월 14일, 주변 해역 2만여 ha까지 확대한 까닭도 그거였다.

기후위기로 시레토코의 유빙도 위기를 맞고 있다. 홋카이도대 연구팀은 해역 수온이 지난 50년간 0.6도 상승했고, 향후 수십년 내 3~4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유빙 관측 기간도 1971~2000년 연평균 90일에서 근년에는 60일 남짓으로 격감했다. 얼음도 얇아져서, 물론 가이드의 안내를 받지만, 유빙 산책 위험도 점차 높아지고 있고 연안 어업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변화는 당연히 지역주민들의 생존권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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