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받게 된 주급 11달러 때문에..."

입력
2022.07.1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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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루스벨트의 최저임금제 호소


2023년 최저임금 5% 인상 (시급 9,620원)에 반발, 민주노총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 재심의를 요구했다. 뉴스1

2023년 최저임금 5% 인상 (시급 9,620원)에 반발, 민주노총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 재심의를 요구했다. 뉴스1

미국이 1933년 7월 12일 국가산업부흥법(NIRA)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대공황 경제 회생과 개혁의 골자가 담긴 일명 ‘뉴딜법’이었다. 재정 지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 노조 권한 강화 및 최저임금제, 아동노동 철폐가 주요 내용이었다. 공화당 상당수 의원이 민주당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거든 덕이었지만 공화당 보수파와 보수 법관이 다수였던 대법원은 뉴딜법에 못마땅해했고 기업들의 위헌 소송도 이어졌다.

연방대법원은 1935년의 ‘병든 닭 소송’과 1936년 ‘조셉 티팔도 소송’으로 뉴딜법에 치명타를 가했다. ‘병든 닭 소송은’ 한 코셔 소비업체가 병든 닭을 공급한 도축업체에 대해 뉴딜법의 공정경쟁 규정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소송이었다. 당시는 소비자 의사와 무관하게 공급업체가 아무 닭이나 도축해 제공하는 게 관행이었다. 기업은 법이 상거래 자유를 침해했다고 항변했다. 대법원은 뉴딜법 관련 규정이 ‘권한 위임 금지 원칙’ 즉, 3권분립 원칙을 위반했다며 전원합의로 위헌 판결했다. 행정부가 입법부의 상거래 규제 권한을 위헌적으로 위임받았다는 거였다.

조셉 티팔도 소송은 뉴욕의 한 세탁소가 법이 정한 최저임금에 맞춰 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한 뒤 기존 급여와의 차액을 강압적으로 되돌려 받음으로써 뉴딜법의 최저임금 규정을 위반한 혐의였다. 대법원은 그 역시 5대 4로 계약 자유의 원칙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시민 여론은 당연히 루스벨트와 뉴딜법을 편들었다. 루스벨트는 그해 말 재선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1938년 6월 25일, 루스벨트는 공정노동기준법(FLSA)에 서명했다. 아동노동 금지, 최저임금제(시급 25센트, 주당 44시간 노동) 재도입이 골자였다. 서명 전날 그는 라디오 방송 ‘노변 담화(혹은 노변정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루 1,000달러씩 버는 경영자들이(…) 당신이 받게 된 주급 11달러 때문에 미국 산업이 재앙적 해악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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