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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권자를 향한 장관들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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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먼저 등을 돌린 이들은 그가 임명한 장관들이었다. 총리직 사임을 발표한 7일까지 수십 명이 사직했는데 처음 ‘총리 보이콧’을 선언한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나는 당신을 신임하지 않는다”고 썼다. 지난달 불신임 투표는 무사히 넘겼던 존슨도 예상치 못한 장관들의 줄 사퇴에는 버티지 못했다. 집권 3년 동안 109개의 장관급 가운데 63명이 바뀌면서 그의 지지율은 최고 72%에서 19%로 내려온 상태다.
□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때도 장관들이 직을 던진 게 그의 사임을 재촉했다. 당시 외무장관이던 존슨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계획안 문제로 먼저 사퇴했다. 캐머런과 대처가 집권한 기간 장관 교체가 7~8명에 그친 걸 보면 장관들의 집단사퇴는 새 정치현상으로 보인다. 정치적 책임을 바로 물을 수 있는 게 내각책임제의 장점이긴 하나 임명권자를 향한 장관들의 소신행보는 우리 정치에서 본 적이 없는 풍경이다. 이런 영국식 책임정치를 부러워하는 곳은 정작 미국이다.
□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제에서 책무를 묻고 싶을 만큼 현안에 불만이 큰 때문일 것이다. 소극적이고 느린 조 바이든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에도 지지율이 뒤져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도 예외가 아니어서 트럼프의 의회난입 사태 책임이 확인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않고 있다. 장관들조차 정책을 자신의 의지가 포함된 결정체로 보고 소명 있게 집행하고 책임지는 영국과는 다른 것이다.
□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자 사면초가에 빠진 세계 지도자들은 미국 영국만이 아니다. 위기대응 이후의 후유증 치유와 반성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 같다. 미국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20세기 최대 논쟁은 정부의 크기와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그러니까 정부의 양(量)에 대한 것이었다”면서 “코로나 위기에서 중요해 보인 것은 질(質)”이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질 좋은 국가 가운데 한국은 능력 위주, 관료주의로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조차 관료 출신인 윤석열 정부가 관료책임을 묻기에도 이른 출범 2개월 만에 레임덕 지지율로 떨어진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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