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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소세 개편 선 긋는 정부…"부자만 감세" 직장인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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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이 감소해도 세금은 불어나 사실상 ‘월급쟁이 증세 제도’인 근로소득세(근소세) 체계를 15년 만에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직장인 2,000만 명에 적용하는 근소세 구조를 섣불리 고쳤다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편에 부정적이다. 직장인들은 법인세와 재산세를 인하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근로자를 통한 증세 통로는 그대로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부자 감세, 서민 증세 정부’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 근소세 세율은 과세표준 기준 △1,200만 원 이하 8% △4,600만 원 이하 15% △8,800만 원 이하 24% △1억5,000만 원 이하 35% △3억 원 이하 38% △5억원 이하 40% △10억 원 이하 42% △10억 원 초과 45% 등 8단계로 적용된다.
2008년에 △1,200만 원 이하(8%) △4,600만 원 이하(17%) △8,800만 원 이하(26%) △8,800만 원 초과(35%) 등 4단계로 재편된 근소세 체계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15년 동안 큰 변함 없는 근소세 과표는 '소리 없는 증세' 논란을 일으켰다. 예컨대 10년 전 연봉 4,000만 원인 직장인의 임금이 물가 상승률만큼 오른 경우 명목임금은 늘어난 반면 실질임금은 제자리다. 이 직장인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명목임금을 토대로 산출한 과표와 적용 세율은 높아져 세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재계는 최근 근소세 개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획재정부에 근소세 체계 개편을 제안하면서 "물가나 임금은 갈수록 오르고 있는데 현 근소세 과표 구간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은 물가 상승분을 근소세 과표 구간에 반영하는 물가 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다.
기재부는 면세자 증가 등을 우려해 근소세 과표, 세율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2020년 기준 근소세 대상 1,949만5,359명 가운데 면세자는 37.2%(725만 명)에 달한다. 물가 상승을 고려해 근소세 과표 구간을 올릴 경우 면세자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기재부는 보고 있다. 과표 구간 상향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소득 마지노선까지 높이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세수 감소도 기재부가 전면 개편을 피하는 이유다. 근소세 과표 구간을 높이면 납세자 임금이 같더라도 세율은 낮아져 세수는 줄어든다.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 334조 원 가운데 근소세는 전체의 15%인 50조 원 규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 건전성과 세수 감소를 유발하는 근소세 개편은 정반대 얘기"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근소세 체계를 방치한다는 여론이 커질 경우, 윤 대통령이 직접 전면 개편을 주문할 여지가 없진 않다. 정부가 대기업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부자 감세'에 적극적이면서 직장인 세금 문제는 외면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근소세 과표 등을 건드릴 계획이 없지만 당정협의, 대통령 보고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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