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2년치 월세 줘도 외국인은 싫어"... 일본의 주거 차별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 3월 초 일본 도쿄 주재원으로 부임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 쇄국’이라고까지 부른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정책을 완화하고 유학생과 외국 기업 주재원 등을 받기 시작한 때였다. 이후 그는 약 3개월 동안 집을 구하지 못해 자녀 두 명과 함께 호텔에서 살아야 했다. 뿌리 깊은 외국인 차별 때문이었다.
A씨는 지난해 일본에서 소득 신고를 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보증회사에서 주택 임대 보증을 번번이 거부당했다. A씨는 "올해 처음 일본에 왔는데 지난해 소득 신고가 없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며 "외국인 세입자를 싫어하는 집주인 대신 부동산 업자가 핑계를 대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자는 새집을 알아볼 때마다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한국인이어도 괜찮으냐"고 물어보았다.
A씨의 남편은 직장에 다니느라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A씨는 "집주인들이 나를 ‘싱글 마더’로 오해해 더 꺼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배우자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대한 일본 사회의 편견은 여전히 깊다. A씨는 적금까지 깨서 “2년치 월세를 미리 내겠다”는 조건까지 붙였지만, 여전히 환영받지 못했다. 집을 구한 건 5월 말이 돼서였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 부동산정보 사이트가 지난 5년 동안 일본에서 임대 계약을 한 적이 있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집을 구하기 시작할 때부터 계약까지 1개월 이상 걸렸다"고 답한 일본인은 39%였고, 외국인은 63%에 달했다. 외국인의 30%는 "집을 둘러보기 위한 방문이나 문의에 대한 응답을 거절당했다"고 응답했다. 일본인 중엔 이 같은 답변이 2%만 나왔다.
일본 법무성이 2016년 11월과 12월 일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외국인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주택 입주를 거절당했다"는 답변이 39%나 꼽혔다.
제도적 구멍이 차별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법무성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아파트 입주를 거부하는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국적을 이유로 한 입주 거부를 금지한 법률은 없다"고 설명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다. 외국인 주거 차별이 반인권적이긴 하지만 위법은 아니니 차별 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사카공립대의 아케도 다카히로 교수(다문화사회론)는 “외국인 차별에 대한 유일한 법률인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은 차별적 발언이나 표현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보다 폭넓게 차별을 금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