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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하늘'을 '맑은 하늘'로... 중국 가사 검열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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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의 유명 가수 정지화의 노래 가사를 두고 중국이 시끌시끌하다. 중국의 한 방송사가 "더러운 하늘"이라는 그의 노랫말이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맑은 하늘"이라고 개사한 곡을 방송에 내보냈기 때문이다. 검열 정책에 익숙한 중국인들조차 "자체 검열의 수위가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3일 중국 최대 위성방송사인 후난위성TV는 신디 왕, 질리언 청 등 인기 가수들이 정지화의 대표곡 '싱싱디앤덩(星星点灯)'을 함께 부르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은 비장한 분위기의 원곡을 발랄한 느낌으로 재해석한 것을 넘어서 원곡 가사의 의미를 뒤집어 불렀다. "지금의 하늘은 더럽고, 별은 문명화된 하늘에 있어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노랫말을 "지금의 하늘은 맑고, 별은 문명화된 하늘에 있어 언제나 볼 수 있다"로 바꾼 것.
정지화는 1990년대 중화권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절망과 희망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하는 노랫말로 청년들의 심상을 대변해온 가수이자, 소아마비를 앓은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중국에서는 역경 극복의 아이콘으로도 여겨진다. 1992년 발표된 싱싱디앤덩은 그의 대표곡 중 하나로, 꿈을 꾸었던 아이가 어느새 거짓말을 배우고 부와 명예를 좇고 있는 자신의 나약함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송이 나가자 정지화는 발끈했다. 그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내 노래가 무차별적으로 수정됐다. 당혹스럽고 화가 난다"고 밝혔다. 이에 후난위성TV 측은 "노래 가사가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방송사 측의 이 같은 해명에 중국 네티즌들은 반발했다. 웨이보에 올라온 1만2,000여 개의 관련 게시물 가운데 한 네티즌은 "가사를 바꾼다고 하늘이 맑아지나"고 반문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더러운 하늘'은 부정적이고, '맑은 하늘'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현지 언론들도 방송사 측의 행동이 경솔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청년보는 "곡에 대한 재해석은 고전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 있다"면서도 "이번 가사 수정은 노래의 예술적 가치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본래 곡에 담겼던 깊은 힘을 제거했다"고 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간에 대해 노래한 곡이 '아첨'의 노래로 바뀌었다"는 네티즌 반응을 소개하며 "이번 사건이 중국인들로 하여금 '검열 정책'을 떠올리게 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유명 관변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정치적 올바름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래 가사수정은 찬성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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