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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수조가 돌아보게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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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를 통해 집 안에 설치한 대형 수조가 깨지는 바람에 어떤 관상어 애호가가 큰 피해를 봤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멀쩡한 수조가 갑자기 깨지다니 비싼 제품을 너무 부실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업체 측 주장을 들어보니 깨진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한 수조는 폭이 2m40㎝나 되는 대형 수조인데 여기엔 물이 800리터나 들어가고 물고기, 부대 설비 등의 무게를 생각하면 총중량이 1톤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 수조가 설치된 곳이 평범한 아파트 거실이었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통상 버틸 수 있는 하중을 제곱미터당 최대 300㎏ 내외로 설계하기 때문에 이 수조가 설치된 거실은 한계를 넘는 중량으로 이미 몇 달 전부터 바닥 일부가 가라앉는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즉, 업체 측 주장은 이렇게 바닥이 꺼지는 현상 때문에 수조가 휘어 결국 유리가 깨지게 되었으니 제품 하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 자체의 원인은 향후 법정 공방을 통해 가려질 듯하지만, 이 뉴스를 접하고 내가 놀란 것은 아파트 바닥이 버틸 수 있는 무게에 한계가 있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었다. 어떤 전문가의 말을 들으니 거실 바닥이 통째로 꺼져서 아래층으로 주저 앉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하던데, 그런 사고가 났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아파트에 살면서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뭔가 무거운 것을 놓으면 바닥이 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파트가 엄청난 특수 물질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무게의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더구나 얼마 전에는 일본의 어느 장서가가 목조주택 2층에 너무 많은 책을 쟁여놔서 바닥이 주저앉았다는 글을 읽은 뒤, '책이 많지만 나는 아파트라서 아무 문제가 없는데…' 하고 잠시 웃은 적도 있었다. 나는 그동안 아파트 바닥이 어떤 무게에도 버텨주는 것만이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또한 당연하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일견 견고하고 때로 지루해보이기도 하는 우리 삶은 그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것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버텨준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다리가 자동차 무게를 버텨주는 게 당연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당연하고, 학생을 위한 선생님의 헌신이 당연하고, 치안을 지키는 경찰관과 국방을 담당한 군인의 경계태세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일상'은 가능해진다. 우리 사회의 틀이 지켜지고 구석구석 빠짐없이 돌아가는 것은 이렇게 우리가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당연한 것들' 덕분인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당연한 것들이 저 아파트 거실 바닥처럼 '버틸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무관심과 무신경함으로 이 한계에 주의하고 적절한 배려를 하지 못해 쌓이고 눌린 부담이 그 선을 넘는 순간, 우리 일상은 수조처럼 갑자기 깨져버리고 엄청난 후회만 남는 커다란 피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깨어진 수조 덕분에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더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돌보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겼다. 일단 이 글을 쓰고 나서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님께 전화 한 통을 넣는 것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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