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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갈등' 카카오가 K콘텐츠 대표해 구글 갑질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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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응원하자.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자."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다가 카카오톡 최신 업데이트 승인이 거부됐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국내 콘텐츠 업계에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낼 것을 강제한 '글로벌 공룡' 구글에 '국민 메신저' 카카오가 국내 콘텐츠 업계를 대표해 반기를 들었다는 인식에서 나온 반응입니다. 심지어 지난해부터 문어발 식 확장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카카오가 이번을 계기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죠.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이런 목소리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모든 게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거죠.
일단 이번 사태는 2020년 구글이 모든 앱에 자사의 결제 방식인 인앱결제를 따를 것을 강제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구글은 게임에 대해선 인앱결제를 강제한 반면 웹툰, 웹소설, 동영상서비스(OTT) 등 다른 콘텐츠 앱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요. 게임 업체들은 처음부터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낸 반면 콘텐츠 앱들은 자사 결제 방식을 도입해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고도 구글에 입점해왔습니다.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구글의 전략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압도적 지위에 오른 구글은 수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막대한 매출을 거두고 있는 콘텐츠 앱에 대해 이제서야 '청구서'를 내밀게 된 것입니다. 공짜였다가 갑자기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내라고 하니 콘텐츠 업계에서도 황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죠.
콘텐츠 앱들의 반발이 거세자 구글은 2022년 6월까지 자사 결제 방식으로 이어지는 '아웃링크(외부연결 링크)'를 제공하는 앱들은 구글 플레이에서 지우겠다는 초강수를 내놓습니다. 카카오는 이런 구글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웃링크 안내 글을 유지했다가 이번 사태를 맞은 것이고요.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구글이 악도 아니고, 카카오도 선이 아니다"고 말합니다. 카카오가 K콘텐츠를 위해 대표로 나섰다면, 왜 애플에는 침묵하고 있냐는 거죠.
애플은 구글과 달리 처음부터 모든 앱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받은 앱의 콘텐츠 가격이 구글 플레이에서 받은 앱의 콘텐츠 가격보다 비쌌죠. 애플에 줄 수수료만큼 이용 요금을 올린 것입니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 인앱결제 갑질과 관련해 운영 중인 '앱 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에도 카카오는 별 다른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에 일부에선 카카오가 이번 사태를 구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테스트로 삼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만약 구글이 앱 업데이트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도 카카오톡의 이용자 수가 줄지 않는 등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경우 카카오의 다른 앱들 역시 구글에서 독립할 수 있다는 거죠.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설치파일(APK)을 직접 다운로드받는 것에 익숙해 질 경우 카카오는 자사 수많은 앱들을 카카오톡을 통해 유포할 수 있게 된다"며 "그럴 경우 수수료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카카오톡이 또 다른 앱마켓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죠. 다만 최악의 경우 카카오 관련 앱들이 구글 플레이에서 삭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큰 시도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카카오와 구글이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돌발 변수란 해석도 나옵니다. 구글은 넷플릭스, 틴더 등 일부 앱에 대해선 인앱결제 예외 조치를 허용 중인데, 업계에선 카카오가 이런 지위를 얻기 위해 무력시위를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죠. 실제 넷플릭스는 앱 내에서 이용자가 결제하려 하면 '넷플릭스 홈페이지(웹페이지)'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그동안 대형 앱에 대해서는 수수료 정책에 예외를 두고 있어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내선 카카오톡 정도가 구글과 협상을 통해 그런 식의 혜택을 얻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짐작했는데요.
이유가 어찌됐든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구글플레이에선 카카오톡 신규 업데이트가 막히면서 이용자들은 새로운 기능을 쓸 수 없는 상황인데요.
더 큰 문제는 카카오의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카카오는 업데이트 중단에 대응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APK 형태로 카카오톡 앱을 배포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안드로이드 OS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구글 플레이 이외에서 받은 앱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카카오는 최신 앱을 업데이트하려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①'설정'-②'생체 인식 및 보안'-③'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에 들어가 '허용'으로 변경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보안 업계에선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을 가장한 피싱 APK 파일이 이용자 스마트폰에 몰래 설치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데요. 보안업계 관계자는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구글 자체 보안성 심의를 거쳐 플레이 스토어에 올라온 앱이 아닌 검증되지 않은 앱을 받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기업들이야 열심히 좋은 취지로 앱을 올리겠지만 사고가 터져서 혹은 해커의 침입으로 악성앱을 홈페이지에 올려 놓을 수도 있어 카카오의 이 같은 시도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가 플랫폼 수수료를 두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카카오 역시 이모티콘, 게임, 선물하기 등에서 입점 및 매출 수수료 등을 받아오는 플랫폼 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구글이 제시한 30%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마존, 엑스박스, 소니,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들의 30% 수수료는 나름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왔기 때문입니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예전 통신사들은 콘텐츠 업체의 매출 절반 수준을 수수료로 가져갔었다"며 "구글 덕분에 카카오톡이 사업을 해왔고 성장을 했다는 점도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수수료를 내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구글 역시 그동안 콘텐츠 업체들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갑질'을 해오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비단 카카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구글, 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국내 게임사를 상대로 구글 플레이에만 게임을 출시할 것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경쟁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할 경우 구글의 추천 게임(피처드) 목록에서 제외하는 등의 수를 썼다는 거예요. 또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TV 제조사에 자사 OS 안드로이드를 선 탑재하도록 강요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074억 원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방통위, 국회 역시 앱수수료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새로운 규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카카오와 구글의 싸움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구글의 힘겨루기는 시장의 룰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과 이용자를 등에 업고 있는 거대 앱 간의 싸움"이라며 "플레이어들이 수긍할 수 있는 시장 질서가 새롭게 확립되기 전까지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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